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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LER Dec 19. 2016

영화 판도라

"넌 정말 역대급 최악이야"









재난 영화
판도라
★★★★★

2016년
감독. 박정우
김남길 , 김영애 , 문정희 , 정진영 , 이경영 
강신일 , 김대명 , 유승목 , 김주현 , 김명민
"넌 정말 역대급 최악이야"










왜 나는 판도라를 최악이라 불렀는가. 그럴 수 밖에 없다. 여자나 남자로 선을 긋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성별은 존재한다. 애써 눈 감으려해도 보이는 아직은 어쩔수 없는 현실. 그 틈에 판도라는 날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 어떤 재난영화에서도 코 끝만 저려왔을 뿐. 절대 눈물이 스스로 흐르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영화 '내 머리 속에 지우개' 에서는 오열했다. 참을 수 없었다. 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코끝이 문제가 아니었다. 뚝.. 떨어지는 물방울. 너무나도 슬펐다. 

재난영화는 언제나 식상한 면이 존재한다. 한국 재난 영화는 더욱이 그러하다. 감기나 연가시처럼 말이다. 판도라의 감독은 연가시를 만들어낸 박정우 감독님이다. 연가시를 볼 때는 식상 그 자체였다. 오로지 소재만이 신선했다. 감염이 되는 루트 부터 시작해, 해독제를 구하고, 놓치고, 가족애가 들어나고, 해결하고 등등 너무나 FM 그 자체였다. 모든 영화가 가이드를 벗어나기는 힘들지만, 틀이 들어나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런 이유로 연가시는 너무 대놓고 여서 안타까웠다. 하지만 판도라는 달랐다. 신경을 거슬리는 어색함은 사라지고 장면이 거듭될 수 록 집중은 더해갔다. 그렇게 날 눈물의 늪으로 떠밀었다. 












'방사능' 이라는 두렵지만 피부로 와 닿지 않는 물질. 그 안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는 더욱이 관심이 없었다. 원전이라는 거대한 불안감 속에서 사람을 보지 못하는 모순이 일어난다. 그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들어가는 그들의 자식들. 원전에 100% 안전대비시설이란 불가능하다. 몇십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러할 것이다. 제로에 가까운 안정성으로 불안해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우리에겐 지금 만들어진 원전만 있는 게 아니다. 10년, 30년, 60년 전에부터 생겨난 것들이 존재한다. 돌도 씹어먹는 나이에서 쌀알 씹기도 벅차지는 노인이 되어가는 인간의 몸처럼 세월은 모든걸 늙게한다. 










가족 속에 가족. 어머니와 며느리 그리고 손주. 가족이지만 아닌 그들. 정말 위험할때 그들은 온전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남편이 없고, 아들이 없는 시점에서 말이다. 정으로 사는 이웃과는 또 다르다. 원전의 안정성을 믿는 시어머니, 남편을 잃어 원전에 불신만이 남은 며느리. 시어머니의 안일한 대처로 그들의 사이는 갈린다. 아니 며느리만 떠난다. 미안하다는 말만 연신 되풀이하는 시어머니. 영화 '판도라'에서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러다 그들이 다시 만나는 교차점이 생긴다. 희생. 완전무고하고 순수한 손주를 위한 사랑. 당연하다 생각되지만 가슴이 아려 못보겠는 어머니의 등은 언제나 눈물과 함께 한다. 내가 흘린 4번의 눈물 중 한 장면이다. 











모든 재난상황에 등장할 수 밖에 없는 대통령과 국회. 대한민국은 언제나 눈가리고 귀가려져있는 대통령을 그린다. 국회는 사람 보다는 국가를 생각하고. 마지막은 멋진 대통령이 나와 상황을 정리하지만 말이다. 부정할 수도 없다. 사람과 국가 다수와 소수. 언제나 재단되어지는 현실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재난은 극단적인 이기심을 끌어당기는 동시에 말도 안되는 인간애를 동반한다. 어느 쪽도 비난할 수 없다. 그져 국가적 재난만이 비난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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