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오는 감정에 무뎌지지 말 것

by 한걸음

행복이란 무엇일까


맛있는 걸 먹었을 때?

원하는 물건을 샀을 때?

누군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즐거울 때?


상황은 다양하고, 사람마다 느끼는 행복은 각기 다르다.


우린 행복을 너무나 멀리 찾으려고 한다.

사소하고 작은 것에서부터 오는 것을

어찌 그런 것일까?


행복을 느낄 때 묘한 감정을 느끼곤 한다.


내가 느껴도 될만한 감정인지

아님, 이런 마음이 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김새, 생각도 다른 이 넓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맞지 않는 틀속에 맞추려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을 잃어버린 듯한 생각이 든다.


나의 성격은 예민하고 신경질적이다.

감정기복이 너무나 심해, 웃다가 화낸 적이 많은데


깊은 낮잠이나 저녁 동안 자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감정이 수그러들곤 한다.


글을 연재하면서, 생각이 많으면 많을수록 힘이 든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역시나, 기억력 또한 너무 좋을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것이

사람은 힘들고 지칠 때면 좋은 추억보다

우울한 나날들을 더 기억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오히려 중요한 순간만 기억에 담으려

노력을 하고 있다.


행복했던 순간...

어린 시절, 아무것도 모르던 때가 그립기도 하지만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를 떠올려 보라 한다면

아마도 초등학생 시절 외할머니 집에서

자주 자고 놀던 때가 그립다.


딱 한 가지 후회되는 것은

어느 날, 할머니께서 혼자 자기엔 무섭다며

자고 가라던 날.


무슨 마음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집에서 자겠다고

거절했던 것이 후회가 된다.


엄마는 할머니 집만 갔다 오고 나면

항상 살이 쪄서 온다고 그렇게 많이 혼냈었다.


할머니께서 일을 다녀오실 때면

매번 사 오시던 라면이 있었다.


내가 너무 맛있게 먹고, 좋아하는 걸 아셔서

라면 중에 ‘부대찌개 라면’을 자주 사 오셨었다.


찰지고 물기가 많은 밥보다 고슬고슬한 밥을

좋아한다고 할머니 집에 가는 날이면 그렇게 해주셨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맛도, 행복도

더는 느낄 수가 없으니 흘러가는 시간이 밉기만 하다.


외할머니에 대한 애틋함이 너무나도 크다.


고등학교 1학년, 그날은 유독 날이 추웠고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던 때라 입김이 눈에 서려

송골송골 이슬이 맺혀있었다.


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두 개의 횡단보드를 건너야 했다.

그런데, 횡단보도에서 살면서 처음 느껴본 일이 있었다.


7시, 8시 반 사이에는 횡단보도 앞에서

할머니 분들이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서 계시는데


할머니 한 분이 갑자기 내게 다가오셨다.


찬 바람에 얼어붙은 내 손을 잡아주시며

따뜻한 손난로를 건네주셨다.


손난로는 정말 따뜻했고, 아침 등굣길이 서럽지 않았다.

서로 일면식이 있는 사이가 아니었지만

마치, 무슨 일이 있는 것을 아시고 준 것처럼 느껴졌다.


등교 전, 집에서 머리를 감고 난 후 속이 정말 불편했다.

그래서 엄마에게 약이 있는지 물어봤었다.


“엄마, 속이 쓰려.”

그러자 엄마는 내게 짜증이 섞인 말투로

“어쩌라고?”


물론 엄마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틈만 나면 아프다고 조퇴를 자주 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나중에서야 들었다.


엄마는 말투가 조금 과격하다.

평소에도 욕을 하면서, 듣기 싫다고 말했지만

나에게는 “네가 내 첫 정이다.” 라면서 넘기는 그럴 때가

싫었다.


분명 좋은 기억도 있을 텐데,

자꾸만 좋지 못한 것들이 몰려오는 건 무엇일까.


집에 돌아오면 똑같은 루틴과

변함없는 일상에 달라져 보려고 노력하지만

작심삼일이라는 말처럼, 끝내 풀어지고 만다.


내가 머라이어 캐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자신감과 말투, 행동에서 비롯된다.


그런 점을 정말 본받고 싶어서

다짐을 해봤지만, 쉽지가 않았다.


열심히, 마인드 컨트롤도 해보고

계획도 세웠으나 틀어지기 마련이었다.


남들은 이러한 삶에도 감사하고,

또는 배부른 줄 알아라 하지만


자주 언급하는 고등학생 시절은

삶에서 느낄 수 있는 암흑기라 생각한다.


이보다 더 한 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삶에 대한 의미도 없고 비참의 연속이었다.


당시에는 좋았던 때가 있었나,

되돌아보면 쓸쓸함과 외로움만 있었던 것 같은데

스스로가 비참함을 낳고, 상처를 품기엔 부족했다.


때론 숨죽여 울지 말고 소리 내어 울어보자.

타인에게는 관대하면서 어째서 나에겐 각박하게 구는 것인지.


세상이 바라는 틀에 맞추려 하지 말고

나 자신이 들어가길 원하는 틀에 맞춰 살자.


모든 것을 즐기기엔 삶은 짧고

밀려오는 걱정을 다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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