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식기들
하나둘씩 주인 없이 널브러져 엉켜있다.
상처를 삼키기엔 찝찝하고
과거로 돌아가려 해도 꿉꿉한 것이니.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녹이 깃들어 조만간 부서질 것만 같은 손잡이와
기름 떼가 깊게 찌든 가스레인지는
가냘픈 손길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아닐지.
바래가던 옷도 색이 얼룩덜룩 빠져만 가고
영겁 같은 시간은, 다시 되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걷고야 말았다.
고요함은 침묵이자 불행이며,
회상은 과거 또는 슬픔이었다.
애써 피어나지 못해 숨죽여 눈물 흘린 꽃이
하루 사이 모든 꽃잎을 놓아버린 채 떠난 것처럼
당신을 한 번이라도 더 볼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