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슈 여행 #10

by 한겨울

"나, 또 갈 거야 후쿠오카. 혼자."

선배가 그렇게 던졌다.


지난 여행은 4월, 5개월이 지난 시점에 또 다시 후쿠오카로 향하는 선배였다.


"저도 갈까요?"

내가 미끼를 물었다.


"응. 너도 와라."

그래서 2015년 9월 우리는 다시 후쿠오카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비교적 일정을 계획하는데 있어 여유로운 편인 나는 선배보다 하루 전날 먼저 하카타 시내로 들어가 있기로 했다.


선배는 서울에서 출발, 나는 부산에서 출발이었으니까.


부산에서 후쿠오카로 가는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시내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선편을 선호하는 편이다.


몰랐는데 국제 여객 터미널이 중앙동 지역에서 부산역 근처로 이전했다고 했다.

확실히 새 건물이라 그런지 꽤 색다른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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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 도착하면 혼자가 아니게 되겠지만 혼자 떠나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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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지어진 신항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또 다른 기분이었다.

중앙동쪽 국제 부두에서 바다를 바라본 적은 없었는데,

새로 지어진 부두에서 남은 시간 동안 여유롭게 바다를 보고 즐길 수 있어서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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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떠난다.



SNS 계정에 이 바다 사진을 올려 놓고 잘 다녀오겠다고 했더니 지인이 댓글을 달았다.


"어디로? 후코콰?"

"응. 후코콰."




숙소를 하카타역 근처의 비지니스 호텔로

예약해두었기에 그 쪽으로 이동하고자 했다.


이젠 눈감고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하카타국제터미널 앞 버스 정류장.


하카타역 방면이라고 써놓은

이 곳에서 기다리면 된다.







하카타역에 도착한 첫 식사는 무난한

아채 튀김 우동!


개인적으로 튀김과 면요리를 좋아하는 편인지라

일본에 오면 꼭 이렇게 우동 요리를 챙겨 먹곤 한다.




점심도 먹었겠다 혼자서 산책이나 할까 하면서

오호리 공원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9월이긴 해도 날씨가 꽤 더운 편이라

반팔을 입은 승객이 여럿 보였다.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 삼매경인건

우리나라나 일본의 젊은이나 별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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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흐렸었는데 지하철에서 내리니 이렇게나 개인 하늘이라니!

친절한 한국어 안내 표지까지.


의외로 후쿠오카에는 한국어 안내판이 많아서

일본어를 몰라도 어딘가를 찾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특히 요즘은 스마트폰이라는 꽤 좋은 문명의 이기가 있어 모르는 길도 충분히 안내해주니까.


예전에 지도 하나에 의지해서 길 찾아가던 그 때와는 정말로 다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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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오호리 공원을 좋아한다.

공원 내 일본 정원이나 미술관 등의 문화 시설이 있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오래도록 잘 자란 나무가 있고 산책 혹은 조깅을 할 수 있는 코스.

삶을 위해 아둥바둥 살아가는 게 조금 버거운 나는,

이런 게 좋다.


조금 느려도 괜찮고

뒤쳐져도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고 싶은 사람인지라.


한 번 갔던 곳이지만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면

몇 번이고 다시 찾아가는 편이다.


그래서 또 후쿠오카였다.

부산에서는 쾌속선으로 2시간 30분 남짓.

내가 느끼는 시간적 거리감으로는 서울보다 훨씬 가까운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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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속에서 나는 느릿한 걸음을 걷는다.

걷다가 지치면 까페에 들어가 커피도 한 잔 하고

지나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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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리 공원에 몇 번이나 왔지만 이 놀이터에서

실제로 아이가 노는 것은 보는지라 신기했다.


일본의 어린이들도 주중의 낮에는 대부분 어린이집을 가곤 하니까.

그 동안은 사실 볼 일이 없었다.

(내 여행은 주로 평일이다.)


그 동안 밥을 많이 얻어 먹은 모양인지

물가로 다가가기만 했을뿐인데도

비단 잉어들이 모여들었다.


보통은 커다란 무언가가 다가오면

도망가기 바빠야 하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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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롭게 잔디밭에 앉아 광합성을 즐기는 커플도

숨쉬러 나온 자라인지 거북인지 모를 생명체도

푸드득 거리며 나무 사이를 나는 까마귀도

모두가 여유로운 곳.

오호리 공원이었다.


여기 나같은 사람이 한 명 더.


이 곳 후쿠오카에서 꽤 자리잡은 듯

그가 가진 자전거와 책이 부러웠다.


한가로이 한낮의 벤치에 앉아

책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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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여행을 떠날 때엔

나도 두꺼운 책을 챙겨 가야겠다.


무조건 돌아보고 구경하는 것만이 여행의 전부는 아닐 거다.

그저 스스로의 시간을 돌아보고 여유를 가지는 것,

그것도 여행의 묘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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