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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와 인생.

나한테 쓴소리.

by 보통의 야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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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야구에 입문하게 된 건 생각보다 단순했어. 아버지의 고향과 회사랑 연관되어있었거든. 나는 아버지가 가입해준 라이온즈 어린이 클럽에서 모자와 점퍼 등을 받고 자랑삼아 초등학교에 입고 가곤 했었어. 하지만 그 당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포츠는 축구였지. 내가 다닐 적 초등학교에서는 점심시간에는 전교생이 나와서 축구하는 것처럼 사람이 북적댔거든. 그렇게 축구만을 하고 야구는 가끔 보던 어느 날 고등학교 때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된 경기가 있었어. 02년 코시 6차전의 9회는 아직도 티비를 보는 내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아.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명경기가 내 눈앞에서 펼쳐진 후, 매력에 푹 완전히 빠져버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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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야구를 쭉 보다보니, 야구라는게 생각보다 그렇게 녹록치않은 공놀이더라구. 정적인 움직임들, 긴 경기 시간, 너무나 복잡한 룰, 이숫자는 뭘 의미하는지 알아야될게 너무 많더라.

야구는 생각보다 철학이 많이 깃들여있는 스포츠라고 생각해. 인생이 투영되어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홈을 나가 홈을 밟아야 1점이 인정되는 방식. 우리가 집에서 나와 집을 들어와야 인정되는. 집을 나가기 위해서 많은 노력과 연습을 하게 되는 거야. 시즌이 끝나면 스프링캠프를 가고, 개인훈련을 하고, 경기가 있는 날에도 훈련을 하고 특타를 하는 등의. 근데 집을 나가면 더 복잡하지. 집만 나가면 다 잘될 줄 알았고, 다 큰 어른이 된 것 같지만 상대의 볼배합, 수비 시프트 등을 고려하고 타음 타자가 타격하는 순간 어떻게 베이스러닝을 해야 할지 등 긴장감 넘치는 시간을 보내고 집엘 들어오게 되는 거지. 뭐, 물론 못 들어올 수도 있지만.


야구는 스탯이 중요하지만, 그 외의 것도 매우 중요해. 단순히 숫자놀음의 공놀이가 아니라는 얘기야. 그래서 현장감이 없는 팬들의 의견과 현장의 감독 및 코치진이 갈라지는 거기도 하고. 우리의 인생도 연봉이나 숫자가 물론 중요하지만, 그 외의 것이 매우 중요하지. 너무 숫자에만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 왜냐면 경기는 매일 있고, 한 시즌은 생각보다 길거든. 포기하지 않고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자. 오늘의 홈에 들어오기 위해 끝까지.




'It ain't over till it's over.' -yogi berra

'야오이마이(야구는 오래 이기고 있을 필요 없어요. 마지막에만 이기면 돼요.)' - 안경현



-여기까지 나한테 하는 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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