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목련과 나병

1997 봄

by 정한별

하얀 꽃이 시리게도 피었다가

하늘하늘 배를 가르고 내리면

소복이 쌓이는 눈물


뚫은 구멍으로 보이는 바깥

피는 꽃만 봐도 서러워

어둠에 회오리가 이는구나


창호지 뚫고 징그러운

팔뚝이 튀어나가면?


짝사랑의 불덩이만 타온다


밤중에

져버린 꽃송이 몰래 방 안으로 들여와

오글오글 들여다보다가

야 시들은 너는 무엇에 타버렸느냐


회오리가 꽃잎을 띄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