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세부에서 쉽게 만나는 모습. 푸른 바다 흰색 배.
6화에 털어놓은 런던 신사와의 에피소드를 들은 몇몇 이들은 장난스레 '너 설마 혹시?'란 의문을 갖기도 해. 혹자는 그날 정말 그의 집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게 맞냐며 되묻기도 하지. 스스로 느끼기에 나의 성적 지향성은 확고해.
그것과는 별개로 내 겉모습이나 행동거지가 상남자 스타일은 아니야. 남들도 그렇게 느끼고 나 역시 인정하는 부분이지. 1년에 세 번 정도 파마를 하고 핑크색 빨간색 옷도 자주 입어. 피부는 하얀 편이고 입술은 빨개. 손가락은 흡사 여자 손처럼 가늘어. 새끼손가락이 약간 바깥으로 휜 탓에 작은 컵을 잡으면 손가락들이 각각 부챗살처럼 곡선을 그리며 펴지는 교태스러운 모양이 돼. 어려서부터 그랬으니 사실 스스로는 별생각 없이 지내왔는데 여행을 다니다 보니 그런 부분들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종종 있더라고.
특히 비주류적 성적 지향성을 드러내는 걸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동남아에서는 나 역시 그런 부류가 아닐까 궁금해하는 이들을 종종 만나곤 했어. 네팔로 출장을 갔을 때는 국내선 비행기를 기다리다가 승무원이 날 가리키며 '거기 여성 분도 어서 탑승하라'는 말을 들었어. 그건 단순히 여자인가 남자인가 잠깐 헷갈려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
그보다 심각(?)했던 건 필리핀에서였어. 필리핀은 '레이디 보이'라 불리는 여장을 하고 다니는 남자를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어. 게이들도 자신이 게이임을 별로 감추려 하지 않아. 자기들이 그렇다 보니 다른 사람도 개방적이라고 느끼는 걸까. 세부에서 두 번 정도 들었던 질문이 'Are you straight?' 였어. 처음 들었을 때는 사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어. 내가 어리둥절하니까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더라고. 질문을 받았으니 답을 하긴 하지만 글쎄 뭐랄까 질문하는 이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괜히 민망했달까. 물론 내가 저 질문받은 얘기를 꺼내자 '그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흥분한 필리핀 사람도 있었어. 듣고 보니 상대방이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함부로 물으면 안 되는 질문 같기도 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필리핀에 가면 저 질문을 던지는 이가 있을까. 없으면 좀 섭섭할 거 같아. 늙었다는 증거일 것 같아서. 자꾸 얘기가 산으로 가네. straight 하지 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