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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철홍 Jan 22. 2022

오마카세가 대세인 세상

영화 오마카세나 해볼까

오마카세가 대세다.


요즘 인스타 보고 있으면 오마카세 안 가 본 사람 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마카세 먹는 사람 특 : 게시글보다는 주로 스토리로 올리는데, 아마 음식이 게시글 멀티포스팅 최대 개수 10개를 넘어서 그러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 사람 오마카세 먹는 날이면 스토리가 과장보태서 한 33개 올려져 있어서 스토리 바가 굉장히 짧아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러면 나는 한 네 다섯번 정도 스토리 넘기다가 아예 건너뛰기도 한다. 초창기에는 와 이거 맛있어 보이네, 스시가 예쁘게 생겼네, 하면서 자세히 보다가 가끔 이 생선 뭐냐고 리액션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너무 흔해졌기 때문이다. 평균 외식 비용을 따졌을 때 상당히 비싼 축에 속하는 음식일텐데, 오마카세 입장에서는 조금 섭섭할 것 같긴 하다.


오마카세는 왜 대세가 되었을까. 나는 그 매력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맡긴다'의 뜻을 가진 오마카세가 대세라는 것은 왠지 모르게 디스토피아적이다. 맡기는게 대세인 세상이라니. 다른 사람을 잘 못 믿어서 맡기는 것도 잘 안하는 나로서는 으스스한 일이다. 오마카세가 다른 메뉴보다 비싼 이유가 물론 애초에 비싼 재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우리가 무언가를 선택하는 수고를 다른 사람더러 하게 했기 때문이 더 클 것인데. 만약 전문가가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메뉴를 제공해도 나는 그것을 알아차릴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오마카세를 머뭇거리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마카세의 필수 조건은 신뢰(주방장에 대한)다. 맡기는 건 맡기는 건데, 믿고 맡길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거래는 성사되기 힘들다. 물론 '한 번 경험삼아' 먹어보는 것은 제외. 궁금한 것은 이 수많은 오마카세 인증샷들이 정말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일까 하는 것이다. 요 몇년 병원 이곳저곳을 자주 가면서 느낀게 병원이야말로 오마카세의 끝이라는 것이었다. 크리티컬한 다른 점은 병원은 일식집과 달리 미리 가격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의사한테 내 몸을 맡기면 의사가 세상 가장 비싼 생선을 권해도 거부하기 어렵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고 쌓이니까 점점 더 많은 것을 믿고 맡기기가 힘들다. 병원을 예를 들었지만 이 세상 모든 서비스에 오마카세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분야는 없을 것이다. 요가 수업을 들어도, 핸드폰을 사도, 차 수리를 맡겨도.


이런 글을 쓰게 된 건 오마카세 가는 사람들 바보~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라 오마카세가 어쩌면 세상의 거스를 수 없는 진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뢰고 뭐고 콘텐츠가 너무 많다 세상에. 먹을 거 너무 많고 볼 거 너무 많고 갈 곳 너무 많고. 여행 얘기하다 보면 항상 끝은 갈 곳 너무 많다이고, 마찬가지로 영화 얘기하면 볼 거 너무 많다 플랫폼 너무 많다로 끝난다. 큐레이팅이 대세가 된 것은 오래 전의 일이지만, 맡기다라는 뜻의 오마카세가 이렇게 인스타를 점령해버린 것은 꽤 상징적이라서. 나도 오마카세의 시류에 편승에 영화 오마카세 서비스 만들어볼까, 했지만 나를 신뢰할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는 두 번째 걱정이고, 일단 영화 오마카세라는 어감이 좃또(일어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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