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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철홍 Feb 11. 2022

특별한 인간

십자인대 파열 후기

수술 안 해도 된다는 판정 받았다. 십자인대가 파열됐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연적으로 치유가 잘 되었고, 운동도 바로 해도 된다고 했다. 십자인대 파열된 사람 10명 중 9명은 수술한다는데, 내가 그 한 명이랬다. 나은 것도 나은 건데 special one이라는 게 왜 조금 더 기분이 좋았는지. 특별하다는 말 듣는 거에 기분 정말 좋아하는 편. 아무튼 의사한테 그 말을 듣는데 뭔가 얼떨떨해서, 왜냐면 난 진짜 수술할 각오를 하고 있었다. 수술해야지. 수술해서 진짜 제대로 된 무릎 만든 다음에 내가 좋아하는 운동들 해야지. 더 뛰고 더 돌아다녀야지 생각했거든. 그래서 계속 의사한테 진짜 괜찮은 거 맞나요? 아무 것도 안 했는데 이렇게 된다고요? 저 아직 뭔가 좀 불편한 것 같은데요? 특히 자려고 누워서 발 뻗으면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불편함이 무릎에 느껴져가지고 자꾸 뒤척이다 잠들어요. 열감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랬더니 의사가 


그거 기분 탓


일 거라는 말을 했다. 다친 건 다친 게 맞으니까 충분히 그런 느낌이 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뭐 엑스레이 같은 거 다 찍어보고, 의사가 내 다리 잡고 요리조리 책상 다리 잘 돌아가나 테스트하듯이 돌려봤는데 아무 이상 없었으니까. 말하자면 괜찮다는 의학적인 증거가 확실하게 있었으니까. 그 증거에 비해 내 기분은 불확실한 것이니 내 기분의 오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놀라운 것은 그 날 자려고 누웠는데 정말 무릎이 괜찮았다는 것이다. 그 이상한 기분이 느껴지지 않았고, 뒤척이긴 했는데 그건 무릎이 아니라 허리 때문.


옛날에 동네 치과 갔었는데 그때 좀 어이없는 얘기를 들었었다. 참고로 무릎은 대학병원이었다. 왼쪽 오른쪽 3-4번째에 있는 치아에서 시림이 느껴지는 것 때문에 병원을 간 거였는데, 의사가 여기 저기 봤는데도 그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것이었다. 근데 그러고서 하는 말이 웃겼다. "환자 분이 고통을 민감하게 느끼는 분"이라는 것이다. 웃기고 어이없었다는 감정은 그 당시에 느꼈던 감정인데, 이번에 기분 탓이라는 말을 들은 뒤 다시 그 일을 돌이켜 보면 어쩌면 그 치과의사의 말이 맞았던 것일 수도. 뭔가 오류가 있는 인간, 그게 나일 수도. 그래서 내가 조금 특별한 인간인 것일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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