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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철홍 Jul 12. 2023

임파서블 미션은 어떻게 파서블 미션이 되었는가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이 아쉬웠던 이유

내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좋아했던 이유는 아슬아슬함에 있었다. 아슬아슬함이 없었으면 ‘미션 임파서블’은 그 제목부터 구라다. 톰 크루즈는 어쨌든 모든 미션을 성공하기 때문이다. 성공한 미션을 어떻게 ‘임파서블’이라고 칭할 수 있는가. 그럼에도 이 시리즈가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이름으로 전설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톰 크루즈가 정말로 아슬아슬하게 한 끗 차이로 임무를 완수해 내서다. 임무를 성공해냄으로써 이 미션은 ‘파서블 미션’이 됐지만, 이만큼 아슬아슬하게 해낸 거라면 인정이라고 다들 생각했던 거다. 그렇게 100번 아니 1000번 10000번 반복했어도 한 번 성공할까 말까 한 모습으로 미션을 성공해 내는 톰 크루즈를, 이 시리즈는 보여줘 왔다. 거기에 플러스 알파로 그 모든 액션을 톰 크루즈의 스턴트 아니고 CG 아닌 리얼 바디가! 해냈다는 영화 밖 사실들이 전파되어 더 큰 전율을 일으켰다.

여기서 핵심은 ‘리얼'이 ‘플러스 알파’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거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이 아쉬웠던 것은 이 영화엔 플러스 알파인 리얼이 존재만 할 뿐, 아슬아슬한 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또는 톰 크루즈가) 대단하게 느껴진 것과는 별개로 썩 재밌지는 않았다. 전작의 그 유명한 장면들에서 느껴졌던 손바닥에 땀이 맺히고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감각을 느낄 수 없었다.

물론 기회는 있었다. 아쉬웠던 장면 1. 이 장면은 이 영화 예고편의 핵심 장면이기도 하다. 톰 크루즈가 오토바이를 타고 엄청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장면. 이 씬에서 톰 크루즈의 미션은 그냥 뛰어내려서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낙하산을 이용해 엄청난 속도로 달리고 있는 기차에 탑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대급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이 미션을 성공하는 순간은 말 그대로 그냥 지나가버린다. 영화는 허공에 떠 있는 톰 크루즈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정작 톰이 기차에 부딪히는 ‘미세 조정이 필요한 순간’은 생략된다. 생략될 뿐만 아니라 기차 속 상황과 무리하게 연결되기까지 한다. 기차 안에 있던 다른 요원이 위기에 빠졌을 때, 하늘에서 날아온 톰이 그 상황을 자신의 투신으로 지워버리는 것이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미임파가 아니라 스타워즈였나 순간 의심을 했다.

두 번째 장면 역시 예고편에 나오는 장면이다. 기차가 절벽 아래로 떨어질 때 그 안에서 간신히 뭔가를 붙잡은 채 매달려 살아남는 장면. 영화에선 이 시퀀스가 다소 피로감이 느껴질 정도로 매우 길게 나온다. 다른 아이디어가 없어서 이걸 이렇게 길게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실 이 역시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인 것은 아니다. 기차는 원래 기니까. 길면 기차고, 긴 기차는 무겁다. 그 무게 때문에 한쪽 끝이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나머지 기차 칸들이 계속해서 쏠리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톰 크루즈는 사정상 맨 끝 칸에 있었기 때문에, 다소 많은 칸을 역으로 기어 올라가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겨우겨우 한 칸을 버텨서 올라가면 다음 칸이 쏟아져 내리고, 그 칸도 정말 힘들게 기어오르면 또 다시 다음 칸이 톰 크루즈를 덮친다. 이러한 변주되지 않는 액션 논리가 최소 세 네 번은 반복된다. 기차가 떨어지고, 사람은 올라간다. 아슬아슬하기는 하지만 이전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어떤 기발함 같은 건 없다. 기발한 게 없었으면 짧아야 했다는 생각인 거고, 게다가 이 장면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이 기나긴 시퀀스의 마지막 순간 역시 생.략.되어 있다는 것이다. 안간힘을 쓰던 인물들을 보여주던 영화는, 갑자기 기차 밖에서 ‘어쨌든’ 살아남은 인물을 보여준다. 어떻게 겨우겨우 올라올 수 있었는지, 그 아슬아슬한 순간을 영화는 생략해버린다.


그렇게 이 영화는 임파서블이 정말 힘겹게 파서블이 되는, 오직 톰 크루즈만이 그걸 해낼 수 있었다고 설득하는 그 결정적인 순간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걸 보여주지 못했기에, 톰 크루즈가 그 나이에 그 몸으로 이걸 직접 해냈다는 압도적 팩트는 트리비아 이상의 재미를 주지 못하는 것이다. 애초에 ‘그 나이’라는 것에 추가 크레딧을 주는 것 자체에도 동의하기 어렵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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