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된 장소에서 면접을 봐본 적이 있는가? 주인공 마츠오카가 프렌치 레스토랑 셰프 면접을 본다. 그는 지금은 학원에서 요리를 가르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제 그만하고 싶다. 그만하고 셰프가 되고 싶다. 최선을 다해 면접관에게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미각을 지닌 소유자인지 어필한다. 여기엔 감춰진 욕망이 있다. 일류 레스토랑의 셰프가 되어 자아실현을 하고 싶다는 욕망. 혹은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 그때 면접관이 묻는다. 그런데 지금 하시는 일은요? 가르치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신다면서요?
어떻게 답해야 할까. 욕망의 실현을 위해선 단호하게 강사 일을 관둔다고 말해야 할 테지만, 자칫하면 내 인생을 부정하는 꼴이 된다. 또 면접관은 내가 가르치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 나를 채용하고자 했을 수도 있다. <차임>에서 마츠오카는 잠깐 당황하며 그때 자신이 뭔가에 씐 것 같다는 변명을 한다. 극의 호러 분위기에 일조하는 대사이긴 하지만, 이 답의 의미 자체가 중요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대신 현대인들의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것은 이 면접 세팅 그 자체다. 공개된 장소에서 내 욕망을 들킬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는 것. 지금까지 내내 폐쇄된 공간에서 진행되며 홀로 고립되어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맞닥뜨리는 것의 공포를 보여주던 영화는, 여기선 그 반대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 숨겨진 욕망을 들키는 것 또한 그만큼 불편한 일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여기 불편함이 쌓이고 있다. 그리고 이제 곧 이 장소도, 장르에서 벗어난 안전한 공간이라 여겨지는 이 장소도 조만간 자신의 욕망을 드러낼 것이다. 인간이 언제든 끔찍한 일을 마음껏 벌일 수 있는 장소로 변할 것이다. 그래도 되는 장소가 되어버릴 것이다. 그때가 되면 차임이 들리고 말고는 상관없다. 차임이 들리지 않더라도. 총소리가 들리지 않더라도. 폭발 소리가 들리지 않더라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