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간의 보정, 커다란 행복
회사에서 사원증을 만들었다. 처음 이야기의 발단은 마케팅 팀의 막내가 자기의 로망은 사원증을 매고 점심식사 후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손에 들고 걷는 거라는 약간의 농담과 귀여운 민원으로 시작되었다. 그래서 사원증 만들기 프로젝트의 주체는 신입사원들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사원증에 모양과 목에 거는 줄, 회사명, 이름 등의 문구 모두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어느 때보다 열심히 진행하는 모습에는 "다른 일도 저렇게 좀 하지"라는 어쩔 수 없는 꼰대 마음이 스멀거렸지만 기특한 마음도 있었다. 대부분의 공정은 외주를 주거나 기존의 것을 선택해서 만드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내부에서 가능한 것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내부 진행했다. 사진은 스튜디오 촬영 대신 사내 셀카 전문가 촬영으로 대체했다. 카메라 성능이나 사진 감각 모두 아마추어 수준 이상이다.
전 직원 예외 없이, 작년에 만든 감청색 후드티로 복장을 통일했다. 촬영 장소는 사무실 복도 흰색 벽이다. 사진은 느낌 있게 흑백으로 찍기로 기본 콘셉트로 정했다. 팀별로 날짜를 정해서 사진을 찍었다. 무심한 듯했지만 남자 직원이나 여자 직원 모두 화장도 하고 머리도 단정히 하고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기본은 3장을 찍었다. 기본 포즈, 자유 포즈 1, 자유 포즈 2 이렇게 했는데 게 중에는 요구가 많아서 몇 장 더 찍은 직원도 있다. 사진은 찍자마자 메신저를 통해서 사진 주인의 선정 작업을 거쳤다. 여기서 선정된 사진을 사원증에 사용한다.
2주 정도 되고 드디어 나온 사원증은 신용카드 1장을 넣고 다니기에 적절하고 흑백으로 나온 사진은 나름 프로의 느낌이 들었다. 이가 드러나게 웃는 사람, 근엄하게 다문 사람, 팔짱을 낀 사람, 다소곳하게 내린 사람, 모두 꾸안꾸의 포즈를 통해서 이제 계속 남을 흔적을 남겼다.
표정, 자세, 시선, 느낌이 20명 모두 제작각이었는데 한 가지는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다 실물보다 예쁘고 멋지게 사진이 나왔다는 점이다.
사진 관련, 이 구역 권력자 '포토샵' 덕이다. 포토샵은 어도비(Adobe)사에서 나온 디자인 툴이다. 수많은 비슷비슷한 툴 중에서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다라 할 만큼 기본이 되었고 일반인 중에도 이미지 작업을 위해서 사용할 정도로 디자인계의 메시쯤 된다.
포토샵은, 어두운 곳은 환하게 두툼한 턱은 날렵하게 작은 눈은 왕방울 눈으로 어색한 미소는 자연스럽게 볼에 주름은 어디론가 사라지게 하는 마법을 펼쳤다.
포토샵의 마법은 직원을 행복하게 했다. 사원증은 회사에서 제공한 히트상품이 되었다. 직전에 만든 피케셔츠, 후드티도 호응이 좋았는데 연속해서 히트상품이 된 바탕에는 '사원 주도'라는 공통점이 있다.
보정은 사실과 다른 모습이 행복하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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