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름이 뭐예요?

by hanxs

처음으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 준비할게 많았는데 그중에 하나가 사진이다. 선생님들이 새로 오는 아이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평소 모습이 자연스러운 사진으로 보내달라고 해서 핸드폰으로 벽에 세워두고 찍었다. 의외로 아이와 찍은 사진은 많았지만 원샷으로 정면을 보고 있는 사진은 드물었다. 사진은 다른 친구의 사진과 합쳐서 1장의 입학생 동기 사진이 만들어졌다. 기존에 있던 아이들과 새로 들어간 아이들 24명에다가 담임 선생님 3명의 얼굴이 A4지 1장에 들어가게 편집해서 프린트했다. 눈에 잘 띄게 양문 냉장고의 왼쪽 상단에 붙여두었다.


프린트 한 이유는 단순했다. 아이 반 아이들이 누구인지 궁금했고 친한 친구가 누구인지 알면 대화를 할 때 훨씬 친밀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날마다 어린이집 근황을 앱에 알림장으로 알려주는데, 선생님이 써주시는 부분과 아이가 말하는 부분을 입체적으로 결합시키면 대략의 하루 일과를 알 수 있다.


아이를 하원 시킬 때면 선생님이 나오셔서 그날의 일과를 간단히 브리핑해주신다. 담임선생님이면 좀 더 자세하게 하고 담임이 아니면 전달해 들은 내용 위주로 말씀해 주신다. 낮에 놀이는 어떻게 했고 저녁은 한 그릇 다 비웠는지 아니면 참외씨가 불편해서 1조각만 먹었는지 등등 소소하지만 부모로서 알아두면 좋은 내용들이다. 그때마다 참 선생님들 고생 많아요. 고마워요라고 내심 생각한다. 이렇게 들은 내용은 또 전달 보고?를 아내에게 한다. 그럴 때 가끔 아내가 묻는다. "오늘 누가 하원 시켜주셨어? P선생님? 아님 K선생님 그때마다 나는 얼굴 작고 좀 마르신 선생님이라거나 안경 쓰고 보통 체격이라거나 하는 식의 몽타주 그리는 분에게 인상착의 설명하는 목격자처럼 설명했다. 그러고 보니 냉장고에 파랑새반 선생님과 아이들 사진이 붙은 지가 1년이 넘었는데 담임선생님 얼굴과 이름을 매칭 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프로야구 선수, L의 나이, 학교뿐만 아리라 최근 타율 심지어 어제 기록도 줄줄이 꿰고 있으면서 하나뿐이 아들의 선생님 이름을 모르고 있다니 정말 한심하다는 말을 한 두 번 들은 게 아니다.


시간이 오래되고 자주 본다고 저절로 머리에 남는 건 아니다. 단 한 번이라도 의식하고 아는 단계로 넘어가야 의식의 저장고에 자리한다. 그래서 선생님 이름을 외우기로 했다. 적어도 담임선생님에 대해서는 '호'와 이름을 매칭 하는 방식을 쓰기로 했다. 율동 선미 선생님, 어린이 날 아이들과 율동하는 모습에서 착안했고 애교 수지 선생님은 아이와 하교 때마다 서로 손하트를 날리는 모습에서 따온 호다. 그렇게 했더니 두 분은 확실히 입력됐다. 다른 한 분은 차분하신 안경 선생님이다.


의식하고 사는 삶과 아닌 삶은 차원이 다르다. 알고 나니 삶도 조금 더 윤활유를 넣은 자동차처럼 자연스럽게 굴러간다. 몇 번을 물어도 범인 목격자였던 나에서 이제는 선생님 이름 아는 아이 아빠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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