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때만 여드름처럼 고민이 피는 건 아닌가 보다. 살만큼 살았고 이제 웬만한 일에는 초연할 수 있는 와인처럼 성숙한 나이에도 누룩곰팡이처럼 고민이 피어날 때가 있다.
회사일로 하루도 걱정이 쉬지 않는다. 집사람도 엄연한 직장인인데 웬일인지 회사 이야기는 안 하려 한다. 나만의 규칙이다. 바깥일을 안으로 가져오지 않는다는 룰은 실제 업무뿐만 아니라 회사의 상황도 포함이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하지 않는 게 아내의 정신 건강에 유익하다는 진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결혼 초에는 회사의 시시콜콜한 일까지 공유했다. 좋은 일에는 같이 즐거워하고 힘든 일에는 같이 걱정하는 나름 건전한 모습이었는데 점점 소소한 일에 일희일비하다 보니 희보다 비에 더 반응하는 모습에, 같은 양의 희망과 슬픔을 경험해도 슬픔에 더 반응하는 인간의 속성 상 아내도 걱정의 강도가 더 컸다. 그래서 좋은 일 위주로 일일 브리핑?을 전환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도 부작용이 생겼다. 좋은 일의 빈도와 강도가 점점 시들해져 갔다. 매일 좋은 일이 있고 어제 보다 오늘 더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었다. 결국 이래도 저래도 회사 이야기는 '기승전걱정'으로 끝났다.
이제는 회사에서 먹은 점심과 저녁 메뉴만 보고? 한다. 적어도 라면을 먹었다고 구박을 할지언정 걱정으로 불안해하지는 않는다. 바라던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