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1회 시청도 하지 않았는데
얼마 전 점심시간에 요즘 한참 방영 중인 드라마에 대해 화재가 올랐다. 나 포함 5명이 이야기하는데 나만 모른다. 내용은 모르지만 시리즈라는 사실과 전편이 재미와 작품성 양쪽을 만족시킨 수작으로 마니아층이 있다는 건 안다. 기회가 된다면 이란 전제가 깔리지만 전편을 보고 지금 방영 중인 드라마가 종결되면 볼까 하는 생각이었다.
이런 나의 '계획'을 이야기했더니 대화를 주도하던 S는 그럼 여기까지만 이라고 하면서 내용이 노출되는 걸 차단해 주었다. 암묵적인 미래의 시청자에 대한 배려라고 할까.
그런데 암묵의 트러스트를 깨고 한 명이 느닷없이 전편 마지막 회에 대한 결말을 이야기했다. 순간 잠깐의 대화의 공백이 생겼다. 대화에 참여자들은 살얼음 빙판에 서 있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다. 애써 비밀을 지켜주며 대화를 했는데 이제 소용없게 되었다며 기습 스포일러를 향해 눈으로 총을 쐈다. 이제 빙판에 서있는 동료를 얼음에 서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뿐이었다. 화를 내거나 농담을 해서 상황을 전환해야 했다.
"난 결말을 들어도 이해 못하니까 괜찮아"라는 말로 살얼음 위에 동료들을 단단한 얼음판으로 안내했다. 100%는 아니지만, 뚝 잘라서 결론을 듣고도 이해가 잘 안 되기도 했고 알았다 해도 전개 과정이 더 궁금한 면도 있었다. 그래서 어색해지기 전에 상황을 넘겼다.
사실은 보겠다고 다짐했던 영화나 드라마 리스트가 적지 않은데 실제로 역주행해서 보는 일은 드물다. 10개 중 1개도 안될 것이다. 그렇다면 10프로의 기대치 때문에 대화하는 사람들의 흥이 깨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으로 보면 기습 '스포일링'은 좋은 일이다. 나를 포함한 모든 대화 참여자가 즐거워했고 지속해서 이야기가 이어질 수 있었다.
비밀의 숲 시즌2가 나온다는 예고가 있을 때 지인으로부터 추천받았다. 법정물을 좋아하는 내 성향에 잘 맞을 거라고 했다.
인생은 타이밍이다. 비밀의 숲 전편과 속편 모두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하지만 모른다. 이렇게 인연이 아닌 줄 알고 기억의 심연에 잠겨있다 우연처럼 만나서 운명이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