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고 보면 어머니도 자장면을 좋아하신다
어제오늘 장거리 운전을 했다. 추석에 이동하는 걸 자재애야 하는 특별한 상황에 맞춰서 성묘도 미리 했고 본가에 가서 어머니를 뵙는 일도 앞서 했다. 민족의 대이동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인 국토횡단을 하고 나서 보니 1000킬로미터 정도를 이틀 동안 운전했더니 피곤이 많이 밀려왔다. 인천 본가를 다녀오고 집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을 먹기에 조금 이른 5시께여서 잠시 피로를 풀 겸 해서 잠을 청했다. 자려고 의도하기 전에 몸에서 먼저 반응한 잠이다.
얼마를 잤을까, 잠과 현실의 경계에서 소리가 들렸다. 종합해 보니 내가 잠든 사이에 아내와 아이는 밖에 나가서 문방구에 가서 색칠 책 사고 놀이터에서 놀고 아이스크림을 사서 돌아왔다. 입 주위에 초콜릿으로 피에로 입술을 하고서 아이가 월*콘을 맛나게 먹고 있었다.
" 아이스크림 먹니?"
"응"
"엄마, 아빠 거는?"
"엄마랑 아빠는 아이스크림 안 좋아하잖아"
응? 뭐라고 내가 아이스크림을 안 좋아했나? 스스로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자주 많이 먹는 상황이 마뜩잖아서 아내와 내는 아이스크림을 싫어한다고 했던 걸 곧이곧대로 아이답게 믿은 거다. 6살 아이는 엄마, 아빠의 말이 곧 진리니까. 의심의 여지없이 믿었고 믿음은 부모님이 가진 무늬처럼 떼어지지 않는 인상이 되었다.
우리 엄마 아빠는 아이스크림을 싫어해
'아냐, 엄마 아빠도 아이스크림 얼마나 좋아하는데'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삼켰다.
하얀색 책상 - 원래는 화장대인데 최근에는 내가 책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 에 얼룩이 진 게 보여서 물티슈로 문질렀다. 많이 지워졌는데 떼처럼 보인 것 중에 무늬가 섞여 있었다. 반대의 상황도 있었다. 원래 무늰 줄 알고 뒀는데 얼룩을 지우다 보니 같이 지워져서 보니 떼였던 것이다.
우리 부모님들이 책상의 무늬처럼 새기고 있던 모습들이 어쩌면 지금 되짚어 보면 삶 속에서 얻은 얼룩일 수 있겠다. 자식을 위해서 무한히 양보하고 자신을 희생하고 짐짓 용감했던 모습들 하나하나가 후천적인 얼룩이었다. 내가 부모니 되고 나서 종종 '인간적'인 갈등이 있을 때가 있다. 파워레인저를 보겠다는 아이를 위해 놀러 와를 양보하고 카레를 위해 얼큰한 김치찌개를 다음에 먹고 독감 예방주사 앞에서 세상에서 제일 용감한 아빠처럼 해야 했다. 놀러 와, 김치찌개, 주삿바늘 내가 아이였다면 다 쟁취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마음 깊은 곳에 있다.
예전 유행가 가사가 있었다.
어머니는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지...
세상의 어머니들이 자장면을 싫어하신다고? 그럴 리 없다.
#hanxs #자장면 #부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