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트로를 바라보는 관점
과거의 기억을 그리워하면서 그 시절로 돌아가려고 하는 흐름을 '복고주의' 혹은 '복고풍'이라 한다. 요즘에는 더 세련되게 '레트로'라고 한다. 지난날을 회상하고 그 시절을 아름답게 보는 경향이, 사람이라면 본능적으로 있다. 군대 이야기를 하는 한국의 남자들을 보면 수긍이 간다. 곱게 왕자님으로 지내던 아들이 한순간에 거지 같은 대우를 받는 시절이 언제나 돌아봐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추억담의 원천이 된다.
추억은 다양한 모습으로 온다. 빛바랜 사진에는 앳된 모습의 사내아이로, 낡은 가방에는 아버지의 손때로 갈라진 피부로, 코팅된 책갈피는 지금은 사라진 서점 이름으로 온다. 같은 시대, 같은 감성의 총합으로 구성된 순수한 '레트로'를 소비의 촉매제로 이용되는 현상은 아쉽지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세대마다 자기 세대의 '레트로'는 다르겠지만 현재 '레트로'의 중심은 나와 같은 90년대 학번 세대인 것 같다. 통계청의 2020년 자료에 따르면 40대와 50대가 연령별 소득 수준이 가장 높았다. 이 말은 90년대 학번의 중년들이 소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세대들의 지갑이 유혹의 대상이 되는 건 자본주의 생리에 맞는 것이다. 트로트 열풍, 슈가맨, 유재석과 그 또래의 연예인들의 TV , 영화,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보면 '우리 세대 살아있네'라는 세대 이기심 같은 것도 생긴다. 학창 시절에는, 단군이래 가장 많은 인구가 있는 세대라고 해서 시험, 취업할 때마다 힘겨운 싸움을 했는데 어느덧 중년이 되어 세대의 연결로 자리 잡았다.
나 때는 말이야, 스펙 없음이 스펙이던 시절이었다. 학점도 토익 그리고 해외연수나 화려한 경력 없이도 취업이 가능하긴 했다. 3점 초반의 학점에 토익점수도 그저 그랬고, 경력이라고는 영화제 자원봉사 정도가 전부였던 내가 취업이 되었다는 게 그 증거다. 모든 물질이 풍요롭던 호 시절 덕이다.
추억이란 사진은, 화장실에서 찍은 사진처럼 흐릿하고 아련해서 포토샵으로 보정한 듯 나오지만 현실은 햇살 쨍한 날의 사진처럼 적나라하다.
2020년 7월 8일, 코로나의 공포가 여전한 지금도 미래의 어느 날에는 그리운 추억 속의 어느 날일 것이다.
#복고주의
#hanx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