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보나 듣나
언제부턴가 책을 읽는 대상에서 듣는 대상으로 변했다. 처음 책이라는 문서가 발명된 이후 근대에 이르기까지 소비형태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활자가 인쇄된 종이를 소리 내어 읽거나, 묵독을 하거나 대독을 하는 방식 말고는 책을 소비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가 이북(ebook)이 나오면서 기존과 다른 책 경험이 가능해졌다. 보는 것에서 듣는 것으로 전환이다.
이북은 종이책을 컴퓨터나 핸드폰 혹은 전용 장비에서 디지털화되어 볼 수 있게 한 전자책이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종이책이 가지는 물리적 형태와 무게의 제한을 극복에 있다. 종이책으로 2020년 휴가지에 들고 갈 책 3권은 가능하지만 30권은 좀 어렵고 300권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전자책은 가능하다. 장비의 메모리가 허용하는 한 100권이든 1000권이든 - 다 읽는다는 것과는 별개로 - 들고 갈 수 있다. 또 다른 전자책의 장점은 음성지원을 하는 점이다. 책에 써진 글자를 들을 수 있다. 비 오는 날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듣는 것처럼 리스트가 쓴 책 <내 친구 쇼팽>도 들을 수 있다. 읽는 책에서 듣는 책으로의 변화는 나에겐 뚜벅이에서 운전자로의 삶만큼이나 드라마틱한 변혁이었다. 시간과 집중력의 소비가 만만치 않은 읽기에서 멀티가 허용되는 듣기로 전환은 같은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밀도 있게 쓰고 있다는 착각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북은 종이책을 컴퓨터나 핸드폰 혹은 전용 장비에서 디지털화되어 볼 수 있게 한 전자책이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종이책이 가지는 물리적 형태와 무게의 제한을 극복에 있다. 종이책으로 2020년 휴가지에 들고 갈 책 3권은 가능하지만 30권은 좀 어렵고 300권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전자책은 가능하다. 장비의 메모리가 허용하는 한 100권이든 1000권이든 - 다 읽는다는 것과는 별개로 - 들고 갈 수 있다. 또 다른 전자책의 장점은 음성지원을 하는 점이다. 책에 써진 글자를 들을 수 있다. 비 오는 날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듣듯이 쇼의 읽는 대상에서 듣는 대상으로 변했다. TTS(Text to Speech)라는 컴퓨터가 글자를 읽어주는 기술의 초창기에는 '도둑 잡아라'라고 말을 듣는 도둑도 피식 웃을 만큼 어색한 기계음이었는데 이제는 제법 도둑이 긴장하고 도망쳐야 할 것만 같이 자연스럽게 읽는다.
얼마 전 지인과 이야기 중 내가 지인에게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라고 다소 도발적인 질문을 했다. 서로의 취미 정도는 알고 있기에, 책을 좋아하고 읽는 그에게서 추천받고 싶은 마음에 물었다. 다행히 그는 여전히 책을 '읽고' 있었다. 되돌아온 같은 질문에 나는 요즘 책을 '듣고'있답니다.라고 답했다. 게다가 웹서핑 하 듯 여기저기(이 책 저 책) 폴짝폴짝 건너 다니며 듣고 있는 문제점을 상담하기 이르렀다.
읽기와 듣기 사이에서 치열한 갈등은 마음과 신체의 대리전이다. 종이 물성에 대한 애착, 손 맛으로 느껴지는 종이의 감성, 책이 내는 향기는 대신할 게 없다는 '읽기' 연합군과 책 내용도 들으면서 운전이나 운동도 할 수 있도록, 다른 신체의 자유를 허락하는 '듣기' 연합군이 치열한 공방 중이다.
현재까지 국면은 '읽기'가 '듣기'의 거센 공격을 힘겹게 막아내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올해나 내 년이면 상황이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 '읽기' 진영의 핵심인 시력이 하루하루 약해지고 있다. 극적인 회복이 없다면 책 읽기에서 책 듣기로 전환되는 건 시간문제다.
마음은 읽으라 하나 몸은 들으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