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습관의 기술
나는 거북목이다. 병명으로 진단받은 건 아니다. 오랜 시간 컴퓨터를 벗 삼아 살아온 삶의 흔적이다. 일반적으로는 목이 "C"자로 완만해야 하는데 역방향으로 되는 증상인데 머리도 아프고 목이 뻐근하다.
처음 컴퓨터 관련 일, 프로그래머의 직업을 가졌을 때 선배가 했던 말 중 하나를 금과옥조처럼 지니고 있다. "이 생활 오래 하려면 바른 자세로 일 해라"라는 말이다. 의자에 엉덩이와 등을 대고 컴퓨터를 하는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바른 자세'를 원한 건 아니다. 최소한 '모니터 안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었다. 집중의 상태에 입을 벌리고 흐릿한 초점으로 모니터 냄새를 맛 듯이 가까이 다가가는 모습이 나온다. 그 말을 의식한 덕분에 동기들에 비해서 나쁜 자세는 아니라고 자부했다. 눈높이보다 높게 모니터와 노트북을 놓았고 고개가 숙여질 거 같으면 의식적으로 화면에서 멀리 보았다. 종종 농담으로 하는 IT업계의 농담 중 하나가 있다. 목이나 허리에 병이 없다는 건 둘 중에 하나다. 바른 자세로 일했거나 일 자체를 안 했거나.
멸종 공룡의 존재를 화석을 통해서 알 듯이 거북목은 수십 년 동안 누적된 나쁜 자세의 총합이다. 습관은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지속하는데서 생성된다. 살면서 시도했던 수많은 좋은 습관의 항목들을 되짚어 본다. 운동하기, 물 마시기, 스트레칭하기, 책 읽기, 아이와 놀아줄 때 핸드폰 멀리하기 등등 이성으로는 가능한 일이 실제 체득해서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언제가 읽었던 자기 개발서에서 습관으로 굳어지기 위해서는 작은 행동을 지속하라고 했다. 예를 들면 독서를 할 때 1일 10페이지 말고 1페이지 혹은 1줄 읽기를 하거나 줄넘기 100번이 아니고 줄넘기 1번 하는 식으로 너무 쉬워서 "에~~ 그거 누가 못해"라고 할 정도의 일이다. 알겠지만 한 두 번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지속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지금 갖고 싶은 절실한 습관 하나는 글쓰기다. 날마다 글 쓰는 습관을 위해서 초인적인 의지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나는 안다. 보통 이상의 의지와 적절한 '환경'만 있다면 좋은 습관을 만들 수 있다.
의지는 이미 충만하다. 환경에 대한 바람도 소박하기 그지없다. 딱 세 가지면 족하다.
스프링 노트,
라미 펜,
그리고 꿈나라에 간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