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행이다
토요일 오전 회의를 마치고 퇴근하려고 차에 올랐다. 머리가 어지럽고 몸이 서늘한 느낌이다. 순간 스치는 불길한 생각에 집으로 가는 길을 잠시 멈췄다. 잠시 생각을 하고 떠 오르는 번호가 없어서 일단 다산콜센터에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특별히 열이 있는 건 아닌데 몸이 좀 춥고 어지러워서요. 혹시나 해서.... 어떻게 해야 해서요"
다신콜센터의 단축번호 '0'번을 누른 후 대화다. 0번은 코로나 관련 내용일 때 누르는 번호다.
"네, 혹시 모르니 코로나 19 관련 쪽으로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낮 12시 인데도 잠에서 바로 깨어난 듯이 피곤과 나른함이 묻어있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상담자 : "여보세요, 증상이 어떠세요?"
나 : "네, 제가 열은 없는데 어지럽고 몸이 좀 춥네요"
상담자 : "확진자나 해외에서 오신 분하고 접촉하셨어요?"
나 : "아니요, 그런 건 아닙니다. 그냥 제가 좀 찜찜해서 혹시나 해서요..."
상담자 : "음, 선별 진료소에 가셔도 검사를 반드시 해드리는 건 아닙니다, 일반 병원에 가 보세요. 그럼 의사분의 진단에 따라서 진행하시면 될 거 같네요"
나 : "네 알겠습니다"
전화하기 전에는 반반으로 고민했다. 집으로 그냥 갈까 아니면 병원에 갈까. 결국 00365 병원에 가기로 했다. 결연하게 집에 전화해서 혹시나 해서 병원 가볼게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Before 코로나 시국이면 이 정도에 동네 병원은 갈 일이 없다. 그 병원은 밤중에 아이가 열이 날 때가 아니면 가지 않는 3순위 정도의 의료기관이다. 약에 항생제가 항상 들어가게 처방하는 편이다. 같은 증상으로 가는 소아과에서는 항생제 처방을 배재하는 편인데 여기는 좀 남발하는 듯해서, 잘은 모르지만 그냥 좀 꺼려진다.
급하다. 토요일 오후 30분 이내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의 조건을 만족하는 병원은 아쉽게도 00365 병원 하나다. 병원명 그대로 365일 문을 연다. 와우
항상 환자가 많더니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앞에 대기하는 환자가 8명 정도 된다. 전부 7,80대 어르신들이다. 내가 가장 어리다. 사회적 거 리르 두고 기다리기를 20여분 나를 부르는 소리에 진찰실로 들어갔다. 아기가 아플 때, 진료를 봐주던 의사 선생님이 마스크를 한 채로 문진을 한다. 열도 재고 어지럼 증상에 맞춰서 손가락으로 눈동자가 잘 따라오는지 검사하고 몸이 춥고 배가 아프다는 말에는 배에 청진기를 대보기도 하고 꾹꾹 눌러보기도 한다.
답 나왔다. 약한 장염 증상에 몸살이란다. 처방전대로 약은 두 종류가 나왔다. 배탈에 먹는 약과 몸살에 먹는 약. 배탈약은 짜서 먹는 약이고 몸살약은 '항생제'가 포함된 조제약이다. 특별히 졸린 약은 아니라는 설명을 들었다. 안심이다. 그냥 보통으로 아픈 거라니. 다행이다.
그냥 아픈 게 이렇게 고마웠던 적이 또 있을까 싶다. 아팠던 머리와 배가 당장 좋아지지 않았는데도 마음은 나은 듯이 가볍다. 아 이제 마음 놓고 집에 가도 된다. 나는 무해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