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인간

by hanxs

8월에 결제할 카드값이 전달보다 많이 줄었다. 아직 며칠이 남았지만, 올해 본 적 없는 앞자리 '1'로 시작하는 결제금액이다. 내 이름으로 된 카드에 아내도 가족카드를 만들어 생활비를 사용한다. 가계부를 쓰지 않아도 매달 우리 집은 이 정도야 하고 하는 숫자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오십만 원의 편차 정도.


매월 고정으로 나가는 비용은 각종 보험료, 아파트 관리비, 통신비, 도시가스비 등이다. 편차가 생기는 부분의 변동비는 먹고, 놀고, 입는데 관련 비용과 차량 관련 비용 정도다. 대게는 식비가 변동비의 대부분이라서, 총가계 지출 중에 식료품비에 사용하는 비용, 즉 엥겔지수가 소득 대비로는 높은 편이다. 맞벌이라서 외식이 잦은 편이기도 하고 주말이면 거의 나가서 먹자고 하는 나 때문이기도 하다. 또 아기를 위한 '질 좋다고 믿어지는' 마켓 컬0, 한0림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달은 자연스럽게 외식이 줄었다. 밤 11시까지 주문하던 컬0도 주문이 많이 줄었다. 조금씩 조금씩의 합이 절약이 되었다.


그렇지만 방심하면 안 된다. 31일까지는 내게는 아직도 나흘이 남았다. 평균 회귀 현상처럼 매달 신기하게 평균에 가까워지는 건 아마도 이만 때쯤의 '소비욕구'의 출몰 때문이다. 한 달 나름 알뜰하게 잘 살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뇌 속에 잠재해있던 좀비 같은 소비욕이 살아난다. 그래서 결국은 지난달과 비슷하게 소비한다. 전달은 '노트북', 6월에는 '맞춤양복', 5월에는 '차량 점검', 4월에는 '예물시계수리'... 어쩌면 때 맞춰서 이런 일들이 끝이 없이 발생하는지 정말 예정된 것처럼 '돈 쓸 일'이 생긴다.


날마다 출근 전 "회사에 입고 갈 옷이 없어" 아내가 이렇게 말하면 나는

"응, 사, 그런데 나도 양말이 없는데 같이 가자" 거의 이런 대화를 하니까 아내는 섣불리 말을 꺼내지 않는다.

농담처럼 말하지만 진짜로 같이 가서 아내는 옷을 못 사고 오더라도 나는 무엇이든 사서 오기 때문이다.


나는 근검절약이 미덕이라고 배우며 자랐다. 미덕을 충실히 따르는 편이지만 맹목적으로 경제적인 소비 혹은 소비 자체를 줄이지는 않는다. 필요한 소비는, 때로는 더 공격적인 소비를 한다. 5년, 10년 후에도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제품은 시간을 사는 것이다 시간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다면 못 살 이유가 없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현재의 즐거움을 유보하지 말자.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무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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