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가는 길 1

- 아들아, 기억해라 제발

by hanxs

서대문도서관은 집에서 걸어서 7,8분 남짓의 거리다. 현관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후문을 나서서, 맞은편 초등학교의 담벼락이 끝나는 만큼 걷고 나서 3~4분을 걸으면 '서대문도서관' 간판이 보인다. 10분 이내로 도서관에 도착한다.


6살 남자아이와 함께 가면 길은 변신한다. 아이의 손을 잡고 길을 나서는 순간 마블 영화의 '앤트맨'이 된 것처럼 세상을 커져 보인다. 이제부터는 모든 게 탐험이다. 모험 가득한 탐험에 안도할 부분은 지도와 나침반과 식량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고 걱정되는 부분은 탐험 동반자가 '탐험'을 '찐'으로 한다는 점이다.


현관을 나서는 순간부터 존재하는 모든 것은 도전의 대상이 된다. 크록스 신발인지 운동화 인지, 도보인지 차량(유모차)인지, 마스크를 재사용할지 새로운 걸 사용할지, 일단 이 단계가 지나면 다음은 아파트 후문을 나서기 단계다. 차 없는 아파트를 지향하기에 지상에 차는 별로 없지만 후문 진출입구에는 차단기를 통과하는 차량이 있어 방심할 수 없다. 길을 한 번 건너는 순간에도 주의력이 사방으로 분산되는 에너지 충만한 생명체에서 눈을 떼면 안 된다. 길 건너기 한 번 이후는 좀 수월한 경로다. 길 따라서 쭉 가면 된다. 쭉 가는 길 중간중간에도 유혹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초콜릿 과자를 파는 'CU'가 그 하나고 보도블록 사이에, 위에 출몰하는 곤충이나 해충, 잡초, 꽃, 풀, 돌멩이, 유리조각, 이름 모를 무생물 등등 어느 하나 허투루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탐험은 위험을 무릅쓰고 살펴보고 조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의미를 충실히 이행하는 6살 꼬마와 동행하는 덕에 아빠도 강제 탐험을 한다.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않는 속성 때문에 질문과 깨달음과 또 다른 궁금증이 계속되는 여정이다. 그렇게 목적지 도착에 대한 기약 없이 하염없이 시간이 간다. 어떤 경험을 하였는지가 중요한 도서관 가는 길은 행복한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다.


길지 않은 여정에도 희로애락을 다 경험한다. 가끔 좀 그냥 가면 안 될까? 하는 넋두리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아이의 본질은 '호기심'에 있다. 순간의 분노로 평생의 호기심을 앗아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안전'과 '타인에 배려' 범주 이외에 것에는 그린라이트를 켰다.


10년 후, 20년 후에라도 아빠와 도서관 가는 길이 아이의 기억에 남길 바란다.

"아빠랑 도서관 갈 때 초콜릿 과자도 먹고 지렁이도 보고, 샤스타데이지 꽃도 보았어요"라고 기억하길 바란다.

"10분이면 갈 길을 1시간을 걸려서 갔던 거 같아요"라는 사실을 기억해주면 눈물이 날지도 모르겠다.

절대, 그럴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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