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도 어차피 타인이잖아
아빠는 너 그런 사람이었구나,라고 말했다.
어느 순간에는 동의하듯 웃다가도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말이 전혀 바뀌지 않았는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빠, 난 가족이라서 이해해 줘야 한다는 말 정말 싫어. 가족은 신도 독심술사도 아니야. 당연히 말을 해야 알지. 오히려 가족이기에 타인보다 더 다정하고 따뜻하게 말해야 하는 거잖아. 왜 타인에게는 그토록 너그러우면서 가족에게는 예의도 없고 그걸 이해해 달라고만 하는데?
딸이니까 이해해라, 가족이니까 이해해라, 난 그렇게 옳고 그름은 다 덮어두고 감정으로 뭉개면서 이해만 바라는 거 욕심이라고 생각해. 솔직히 그렇게 말하는 아빠에게 실망했어.
자식이 언제 태어나게 해달라고 요구했어? 멋대로 태어나게 했으면 그에 따른 희생은 책임지는 게 부모 아니야? 내가 얼마나 희생했는데,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자식에게 푸념하면서 무기처럼 휘두르려고 하는 거, 별로지 않아?
아빠는 넌 날 닮은 게 아니냐고 말했지만 난 아무도 닮지 않았다고 대꾸했다.
아빠의 삶의 태도를 말해줬지만 난 그걸 존경하지만 그렇게 살지 않을 거라고 대답했다.
아니 그렇게 하고 싶어도 못해.
그건 내게 맞지 않는 방법이니까.
나는 예전부터 온몸으로 부둥켜 끌어안고 부대끼며 멋대로 혼자 뜨거워지는 사랑이 싫었다.
거기에는 자유나 규칙, 예의와 적절한 거리감 같은 건 없고 언제나 사랑이라는 핑계로 모든 행동을 합리화하는 불편한 감정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일정한 거리감으로 가끔 외롭더라도 오롯이 혼자 서있는 감각이 좋았다.
그 거리감으로 서로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지며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책임은 본인에게만 있는 자유와 무게감을 사랑했다.
그렇게 외롭지만 오래도록 따뜻한 사랑이 좋았다.
가족도 좀 그러면 안돼?
어차피 타인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