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서는 누구도 아닐 수 있다
(목요일의 소민)
엄마 오늘 받아쓰기 시험 보기 전에 백점 못 맞을까 봐 엄청 떨렸어!
백점 안 맞아도 괜찮은데...?
왜??? 난 백점 맞고 싶단 말이야!!!!
(금요일의 종민)
엄마 오늘 학교에서 마음이 좀 안 좋았어.
무슨 일 있었어?
(마침표를 잊은 딱따구리) 오늘 4반 선생님이 아파서 학교에 안 나오셨거든. 그래서 우리 반 선생님이 4반에 가서 수업하셨어. 근데 갔다 오시더니 우리 반보다 4반이 더 잘한다고 칭찬하잖아!
그래서 속상했구나?
(눈물을 흘리기 시작) 응, 4반 선생님 하고 싶대. 만약 선생님이 다른 반으로 가버리시면? 난 학교에 안 갈 거야!
종민이는 선생님이 많이 좋은가보다.
(눈물을 닦는다) 응.
아이들은 매일 새로운 두려움과 마주하는 듯했다.
두려움의 크기를 서로 재어볼 수 없지만
어쩌면 그건 내가 가진 두려움과 크게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지난주부터 아이들이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소민이가 아직 수영복을 입고 벗거나 씻는 일에 미숙하기 때문에 강제로 나 역시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을 꼼짝없이 수영장에 가야 한다.
어쩐지 비장한 마음으로 배낭을 챙겼다.
간식과 물,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넣었다.
두 시간이나 하릴없이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나를 떠올리니 멍청이 같았다.
가끔 그런 시간도 필요하다는 걸 알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아니다.
아이를 기다리는 몇몇 부모들은 서로 스몰토크를 나누기도 하지만...
난 별로 하고 싶지 않은 걸?
다른 아이에 대해서도 그 부모에 대해서도 딱히 궁금한 게 없으니까.
수영장에서 가져온 이슬아 수필집을 읽으며 혼자 낄낄대다가 문득 눈물이 날 것 같은 마음을 꾹 참았다.
솔직한 사람 앞에서는 나도 좀 더 쉽게 솔직할 수 있어서일까, 무방비하고 말랑한 마음을 너무 오랜만에 마주해서 그런 걸까.
속수무책으로 무력해졌다.
책 속에서 열 살의 이슬아가 수영을 한다.
창 너머 열 살의 종민과 여덟 살의 소민도 수영을 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기다리는 이 시간에 내가 뭘 해야 할지 떠올랐다.
수영.
나도 수영을 하면 될 거 아닌가?
자유수영을 하는 레인도 따로 있었고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는 애매한 시간대여서인지 사람도 적었다.
내가 아무리 허우적거려도 누구도 관심 갖지 않을 것이고...
그냥 문득 수영이 하고 싶어졌다.
강습이 끝나고 소민이가 씻는 걸 도와주는데
소민이는 너무 재미있었다고 다음 주도 빠지지 말고 꼭 오겠다고 다짐한다.
다음 주에는 서른여섯의 나도 수영을 할 것이다.
혼자 수영장에 들어가기가 낯설고 두렵지만 꼭 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두렵지 않으면 새로운 게 아니니까.
갈 때는 비가 내려 흐렸는데
돌아올 때는 맑게 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