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러쉬의 맛
“엄마, 나 방과후 공개수업하는데 오면 안 돼?”
“저번에 공개수업할 때 엄마가 갔잖아.
원래 방과후 공개수업은 다 가는 거 아니야.”
화요일, 입술을 삐죽이며 수긍하는 듯한 아이를 두고 쏜살같이 출근했다.
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내가 다니는 학교도 방과후 공개수업 주간이었고, 내 업무가 방과후다.
굳이 아들 학교까지 가지 않아도 이미 몇 개의 방과후 수업에 들어가야만 했다.
저번 공개수업 때도 시간을 맞추기 위해 휴가까지 썼는데 이번에는 좀 안 가도 되겠지,라는 생각이었다.
“엄마!!!!! 나만 엄마 안 왔어!!!!!”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불만을 토해냈다.
“으응...? 그럴 리가...?”
“진짜야!!!!”
나만 못했어, 나만 없었어, 나만, 이라는 단어는 얼마나 부모를 나약하게 만드는지.
“알았어, 그럼 목요일 방과후 때는 가볼게.”
“아싸!!! 그때 에어로켓 만든다고 했어!”
“그렇구나...”
시간표를 확인해 보니 공개수업은 2시부터, 그리고 내 수업은 1시 40분까지였다.
수업을 끝내고 뒷정리를 하고 후다닥 출발하면 얼추 시간을 맞출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목요일, 그날따라 또 엄청 더웠다.
교실 정리를 마치고 차에 탔을 때 온도가 40도였다.
에어컨을 최대로 틀어놓고 달렸는데도 땀이 뻘뻘 났고, 그 상태로 헐레벌떡 방과후 교실로 들어갔을 땐 이미 5분이 지나있었다.
아들의 말대로 교실 뒤편에는 학부모가 가득했다.
아니... 다들 왜 이렇게 부지런하신 거야...
맨 앞에 앉아있다가 나랑 눈이 마주친 종민이가 씩 웃었고 나도 멋쩍게 웃으며 겨우 남아있던 한 자리에 앉았다.
사람이 가득한 과학실에 미지근하게 돌아가는 에어컨, 저학년이 하기에 다소 어려운 키트를 맨손으로 설명하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는 선생님.
그 와중에 자기가 한 게 맞느냐며 선생님을 쫓아다니는 아들을 눈빛으로 자리에 앉히고 입 다물고 기다리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종민이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너 이러려고 나 오라고 했냐?
말 많고, 궁금한 거 못 참고, 성격 급하고, 장난치기 좋아하는 아들은 엄마가 왔든 안 왔든 똑같았다.
수업이 끝나갈 때쯤 선생님은 기어이 우리를 이끌고 뙤약볕의 운동장으로 나가 로켓을 날리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나갔다.
선생님과 아이와 엄마들이 운동장 한가운데 모여 로켓을 날리고 나 혼자 멀찍이 떨어져 그 평화로운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미 그런 나를 알고 있는 아들은 내려와 보라고 말하지도 않고 혼자 로켓을 날리기 시작했다.
“엄마!!!! 내 로켓이 제일 높이 날았어!!!”
보고 있다고 손을 흔들어주는데 등 뒤로 땀이 주르륵 흘렀다.
대체 언제 끝나는 거니 이 수업은...
“우리 슬러쉬나 먹으러 가자!”
“응!!!!”
우리는 손을 잡고 학교 앞 문구점에서 가서 슬러쉬를 하나씩 사들고 사이좋게 집에 돌아왔다.
난 그냥, 오늘 너랑 슬러쉬를 먹고 싶어서 간 거야.
오랜만에 먹으니까 맛있더라.
유치하고, 달고, 시원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