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 날들의 기록
아이들은 엄마가 진심으로 화를 낼 때와 적당히 화를 낼 때를 아는 것 같다.
적당히 화를 낸다는 건, 파고들 틈이 있는 화.
예를 들면,
동생이 혼나고 있을 때 옆에서 쫑알쫑알
"엄마가 소민이 혼내니까 나도 마음이 슬퍼져."
"엄마 그냥 용서해주면 안 돼?"
"엄마 왜 이렇게 무섭게 말해?"
말할 때는 파고들 틈이 있는 화다.
반면 엄마가 진심으로 화를 내서 무서울 때는 한 마디도 하지 못한다.
오늘은 후자였다.
불독처럼 화를 냈다.
마지막엔 엉덩이를 세 대쯤 맞은 소민이가 엉엉 울고 종민이는 멀찍이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이게 뭘까.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나는 정말 아이가 잘못을 해서 화를 내는 건가, 아니면 피곤하고 힘든 와중에 아이의 작은 실수와 장난들을 참지 못하고 폭발해서 화풀이를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할까.
아무래도 후자에 가깝지 않을까.
게다가 잘못을 했을 땐 화를 내는 게 아니라 훈육을 해야 할 거 아닌가.
아, 너무 후지다 나.
사과를 하자.
“소민아 엄마가 아까 엉덩이 때려서 미안해.”
“나도 미안해. 이제 오줌 잘 쌀게.”
“알겠어. 정말 미안해.”
“응 나도! (뽀뽀)"
"종민아 엄마가 아까 너무 크게 화내서 미안해."
"(눈물 글썽) 응."
"엄마가 분명 만지지 말라고 했는데 접시를 잡아 당기다가 쏟아서 화가 났어."
"그 말 못 들었어."
"알겠어, 미안해. 그래도 뜨거운 국물 담겨 있을 땐 조심하자."
"응!"
하지만, 내 사과는 어떤 면에서는 비겁한 사과라고 느껴져.
이미 용서받을 것을 알고 있는 사과니까.
나중에는 가르쳐 줘야겠다.
엄마라고 반드시 다 용서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
또 사과를 받았더라도 당장 마음이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
정말 괜찮을 때만 괜찮다고 얘기해도 된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