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할게, 물어봐줘
1.
"엄마 우리를 미워하는 건 아니죠?"
"뭐어??? 당연히 아니지! 사랑하잖아."
"응, 그렇지?"
"왜 그렇게 생각했어?"
"엄마가 화낼 때 너무 무서워."
"오늘 엄마는 화 안 냈는데???"
"내가 여섯 살 때 말이야!"
"아하......"
내가 대체 무슨 일로 그렇게 화를 냈을까.
아이에게 화를 낼 때 나는 내 엄마와 가장 닮아진다.
무표정한 얼굴이나 낮은 목소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체념이나 근본적인 짜증 같은 것이 닮았다.
그리고 스스로 그걸 느낄 때 패배감에 휩싸인다.
그래서인가, 사실은 미워하는 게 아니냐는 아이의 질문에 말문이 콱 틀어 막혔다.
그건 내가 어렸을 때 하던 생각과 너무 똑같아.
묻지 못해 입 안에서 너덜너덜해진 질문과 같아, 결국 나도 내 엄마랑 똑같은 엄마인가 싶어 순간 두려워졌다.
와, 나 너무 형편없다...
하지만 사랑한다고 수백 번 이야기한 건 홀랑 까먹고 몇 번 화냈을 때 무서우면 실은 미워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니, 너무 하잖아!
근데 사실 나 그거 알거든.
그 의혹, 의심, 불안. 너무 잘 알아.
그냥 그건, 내가 잘못한 거야.
그래서 더 따지지 않고 말했잖아.
사랑해.
그러니까 꼭 물어봐줄래.
의심이 들 때, 무서울 때, 불안할 때,
내가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2.
라고 어젯밤에 반성하고 오늘부터 다시 잘하자! 다짐하며 아침을 먹으며 슬쩍 물어보았다.
"있잖아, 엄마가 왜 미워하는 것 같았어?"
"어? 혼낼 때 무서워서!"
"아니, 여섯 살 때 혼난 건 너무 오래 전이잖아, 근데 왜 이제 물어보나 궁금해서..."
"아 그거! 어제 쿵푸팬더2 영화 봤잖아, 거기서 공작 엄마 아빠가 공작을 미워하거든!"
"아하...... (쿵푸팬더 이야기였어...?)"
"(종민이 참전) 아니야, 그건 공작을 미워하는 게 아니라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거야."
나는 그 틈새를 비집고 설파를 시작했다.
그렇게 잘못 사랑하면 공작 같은 악당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니까 널 혼낼 때도 절대로 미워해서 그러는 게 아니다,
항상 널 사랑한다, 알고 있지?, 알고 있어야만 한다...
어째 설명할수록 내 사랑이 멋 없어지는 기분이었지만 기회를 잡았을 때 놓치지 말자.
"자, 그럼 엄마가 널 미워하는 것 같을 때 어떻게 하라고?"
"바로 물어보라고!"
"그래, 그럼 엄마가 어떻게 대답할까?"
"당연히 아니라고 하겠지!"
"맞아, 바로 그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