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yo Aug 15. 2019

호크니전 후기 그림

drawing04

/ 호크니전 마감 이틀 전 나도 부랴부랴 다녀왔다.

끝도 없이 늘어선 사람들로 뒤덮인 미술관의 풍경이 흡사 성수기 파도풀장 같아서 자꾸 웃음이 났다.

평소라면 질색했을 이 인파마저 호크니라 즐거웠던 거 같아. 다신 없을 진풍경이기도 했고.


/ 전시 막바지쯤, 다큐영상을 보다가 한껏 말랑말랑해져 있을 때, 왜였을까? 문득 지금 사는 집을 그리고 싶어졌다.


이 집을 그리고 싶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오히려 내심, 작년에 계약 연장이 아니라 그냥 이사를 갔어야 했다고 생각하던 터였다. 이래저래 좋은 점도 많고, 이만한 곳도 없다 싶다가도 또 불쑥 새집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돌아갈 수밖에 없는 보금자리의 편안한 만큼의 늘어짐, 한소끔의 지리멸렬함, 조금씩 늘 불만족스러운 기분 같은 것들이... 전시를 보면서 마음이 말랑말랑해진 바람에(?) 조금은 사랑스러워진 걸까?


매일 도착하고야 마는 나의 집이.


호크니는 좋은 순간에 좋아하는 걸 그린댔는데.

나는 좋은 순간에 이런 것들이 그리고 싶어 진다.





다들 이러고 살까?

이것저것 부족함을 느끼며,  예쁘고 세련 되게 살기를 바라며, 조금  윤택하기를 바라며, 사실  변화 없이. 나름 애쓰며.


나름 애쓰다가. 문득 긴장했던 어깨에 힘이 풀리는 순간들을 간직하며.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의 그리운 강아지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