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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꿈에 뭉실이가 나오면, 나는 그 시절에 대해 떠올려본다. 나의 삶의 한 주기를 함께한 강아지.
포는 크고 까만 대형견이다.
나는 포를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언젠가 미국에 가게 되어 만나면 무척 반가울 거 같다고 생각만 했었다. 혹은 실제로 보면 좀 무서울지도 모르겠다고.
친구에게서 포를 한 장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래 근데 언제 그릴진 모르겠어.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몰라. 라고만 말해두었었다. 부탁을 잊은 적은 없었지만, 늘 내 작업으로 심란해서 언젠간 그리겠지. 하고 있던 차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벽에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포가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를 들었다. 친구는 퍽 차분히 소식을 전한말큼은, 정리를 한 모습이었고,나는 그제야 포를 그려달라고 했을 때 어느 정도 예상을 했던 거구나 싶었다.
그러고도 두세 달이 지난 거 같다.
몇 년째 묵혀있던 판화지를 이제는 도무지 버리든지 쓰든지 끝장을 봐야 할 거 같아서 몇 장은 망치고, 몇 장은 얼마전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던 일들을 조금 그리고, 그중 한 장은 오래전 떠난 우리 집 뭉실이를 그리고 나니 자연스레, 포가 그리고 싶어졌다.
언제나 사진과 영상 너머 저 먼 나라 앞마당에 살던, 세인이가 시시콜콜 털어놓던 사건 사고들 속의- 생각해보면, 내가 미국만 가면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도 참 웃기지. 싶은
우리의 그리운 강아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