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위 제도, 이대로 괜찮은가.

학폭위 전문 변호사가 지적하는 학폭위의 그늘

by 한아름변호사

학폭위 제도, 대입 반영 논의 우선인가

필자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 사건뿐 아니라 공무원 징계위원회 사건을 수년간 수행해 오고 있다. 공무원 및 교원 징계위원회도 학폭위도 기관 내부의 징계 절차라는 점에서 동일한 행정절차이다. 그런데 공무원 징계위원회는 성인 대상이라는 점, 학폭위는 어리게는 만6세부터 징계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징계혐의자의 나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실무를 직접 수행하는 입장에서 양 절차를 비교해 볼 때 학폭위 절차가 가지는 중대성이 공무원 징계위원회에 비해 낮지 않고 또한 성인이 아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운용되는 제도인만큼 더욱더 세심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조사 절차, 심의 방법, 안내 체계 등 어떤 면을 보더라도 모호하게 운영되고 있다.


학폭위에 참석하면, 학생과 보호자가 위원 다수 앞에서 진술을 하는 구조 속에서 미성년자인 학생이 반복적인 질문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형성된다. 공무원 징계위원회의 경우에는 절차 단계, 제출 자료, 진술 방식 등에 관해 비교적 명확한 절차 안내가 이루어지는 반면 학폭위에서는 이러한 절차적 안내가 충분히 구조화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심문에 가까운 방식으로 진술이 진행되는 경우도 관찰된다.


이러한 절차 운영 방식은 가해학생뿐 아니라 피해학생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피해학생 역시 다수의 위원 앞에서 자신의 경험을 반복적으로 진술해야 하는데 성인과 다른 발달 단계와 심리적 특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하는 사례가 정말 다수... 존재한다. 변호사인 필자가 동석하는 사건에서도 종종 제지를 해야 할 정도로의 강압적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는데 변호사가 없이 학생과 보호자만 들어가는 사건에서는 어떨지 궁금하다.


그런데 최근 학폭위 제도를 둘러싼 논의가 ‘대입 전형에의 반영 여부’에 집중되고 있는 현실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필자가 아직 대입 반영을 우려하는 이유는 단지 학폭-대입 이라는 연결이 자연스러운가? 라는 문제 뿐만이 아니라, 현재의 학폭위 판단이 과연 대입에 반영될 만큼 절차적 정당성과 판단의 정합성 및 전문성과 책임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강한 의문때문이다.


따라서 학폭위 판단 결과를 ‘대입에 반영할 것인가’ 이전에 그 판단이 어떤 절차와 기준, 어떤 전문성과 책임 구조 속에서 형성되고 있는가에 더욱 보완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학폭위 결정이 피해, 가해학생의 심리, 학업, 사회적 평가 등 인생 전반에 장기적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본질적 제도개선은 불가피하다.


지난 정부에서, 공직자 자녀의 학교폭력 연루 문제가 국민적 비판의 대상이 되었을때 당시 정책적 대응은 학폭위 제도의 설계와 운영 구조 전반에 대한 근본적 점검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 개별 사건 중심의 사후적 대응과 여론 대응에 가까운 방식으로 문제를 수습해 온 측면이 있으며 그 결과 학폭위 제도는 구조적 취약성을 충분히 보완하지 못한 채 지금은 방향성조차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필자가 학폭위 사건을 수년간 수행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실무 경험을 통해 형성된 것이다. 대다수의 사건에서 현행 제도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상당한 심리적·절차적 부담을 겪고 피해자조차 고통스러워하는 현실을 반복적으로 목도하였다. 이하에서는 제도 개선의 관점에서 현행 학폭위 제도가 갖는 주요 문제점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경미사안에 대한 실질적 분리 어려움

실무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쉬는 시간에 뛰다가 친구와 부딪힌 경우 뒤에서 갑자기 다가와 다른 학생이 놀란 경우 급식 줄서기 등 교과 활동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밀치는 정도의 신체 접촉이 있었던 경우 등 발달 단계상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상적 갈등과 우발적 접촉까지도 학폭 절차로 편입되는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이러한 사안들이 과연 학폭위 심의 대상이 되고 나아가 대입 전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지에 대해서는 제도적으로 진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발달 단계, 학교 교육 현장에 대한 감안 없이 경미한 사안조차 교육적 기능보다 낙인 기능이 우선되는 방향으로 작동할 위험이 있다.


경미 사안과 중대 사안을 보다 실질적으로 구분하는 기능을 전담조사 단계에서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제도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학폭위가 중대한 사안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제도의 목적과 기능을 보다 명확히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긴급조치 제도의 운용 기준 문제

긴급조치(접근금지, 반교체, 출석정지 등 사전조치)는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한 예외적 제도다. 그럼에도 실무에서는 긴급조치가 관행적으로 병행되는 사례도 관찰되며 필요성과 비례성에 대한 개별적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 긴급조치는 그 자체로 학생의 학습권과 일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조치인 만큼, 경미사안에 있어서는 엄격한 요건 심사와 사후적 통제 장치가 요구된다고 본다.


전담조사관의 조사력에 의존하는 구조

실무에서 의외로 자주 접하게 되는 문의 중 하나는 학부모들이 전담조사관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현행 제도는 조사 단계는 학교(전담기구)가, 심의 단계는 교육청(학폭위)이 담당하는 이원화 체계이다. 제도적으로는 조사와 심의가 분리되어 있으나 실무에서는 전담기구의 조사보고서가 심의 과정에서 핵심 판단 근거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이는 전담조사관의 역할이 제도상 매우 중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담조사관의 면담 방법, 법적 이해도, 증거 수집 및 평가 역량, 진술 분석 능력에는 상당한 편차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전담조사관 개인의 이력(대부분 퇴직 교원, 그리고 퇴직 수사관) 문제라기보다 조사 역량을 제도적으로 관리하고 보증하는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비롯된 문제로 평가할 수 있다.


현재 각 교육청에서는 전담조사관에 대한 법률교육과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교육이 어떤 내용과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실질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방어권 보장의 형식화와 정보 비대칭 문제

학폭위 절차에서는 학생과 보호자에게 진술 기회가 부여되지만, 이는 실질적인 의미의 방어권 보장과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특히 절차 전반에 대한 공식적·표준화된 절차 안내 서면이 충분히 제도화, 통일화되어 있지 않아 학생과 보호자가 자신의 절차적 지위, 쟁점, 대응 권한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절차에 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하물며 신고 내용 및 상대방의 구체적 주장에 대하여도 양 학생 측이 그 전모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구조는 실질적인 방어권 행사, 정보 비대칭 문제를 너머 갈등의 확대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학폭위 위원의 비책임성·선발 구조·중립성 문제

학폭위 심의위원에 대한 엄중한 관리는 누차 주장해온 문제다. 학폭위 심의위원은 학생의 권리와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판단 주체임에도 그 책임성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또한 위원 선발 기준의 공정성, 전문성 확보 역시 충분히 제도화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위원 구성은 형식적으로 다양한 직군을 포함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교육 관료, 학부모 등 제한적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학교폭력, 행정절차, 증거법리에 대한 전문성이 충분히 축적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존재한다. 이는 판단의 질적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일부 교육청을 중심으로 '피해자 부모'의 학폭위 위원 선발을 강화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피해자 보호라는 취지는 존중되어야 한다. 다만 학폭위 위원의 핵심적 역할이 사실인정과 책임 판단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연결된 집단의 참여 비중 확대가 절차적 중립성과 객관성을 강화하는 방향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피해자 보호는 위원 구성의 감정적 대표성 확대를 통해서라기보다, 절차의 공정성, 전문성, 예측 가능성을 제고함으로써 보다 안정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고 본다.


맺음

학폭위 제도는 학교폭력 대응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 제도다. 제도의 존속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제도가 얼마나 납득 가능한 절차와 구조 위에서 운영되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학폭위가 진정한 교육적 기구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여론이나 감정적 압력에 따라 구조가 변형되기보다 원칙과 절차에 기반한 제도 운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가해학생의 실질적 반성과 책임 인식을 위해서도 절차에 대한 신뢰 확보는 필수적이다.




필자 소개 한아름 변호사

법무법인 LF 변호사. 교육청 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학교폭력, 소년사건, 교원징계, 교육행정 사건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다수의 학폭위 사건, 행정심판, 교원소청심사 사건을 담당하며, 학교폭력 대응 제도의 구조적 문제와 절차적 정당성에 관한 실무와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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