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분할의 계산법
그녀는 증거가 없었다
2023년 3월의 마지막 날.
유소연은 서울 강남의 아파트 거실 한가운데 서 있었다. 대리석 바닥 위에 놓인 커피 잔을 든 손이 살짝 떨렸다.
“지훈 씨, 우리... 이제 끝내요.”
소파에 앉아 있던 이지훈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OLED TV에서 잔잔한 뉴스 소리만 흘러나왔다.
“그 사람이랑 있었죠. 차미진 씨.”
“......”
“말 좀 해요. 나한테 말할 것도 없어요?”
지훈은 천천히 그녀를 올려다봤다. 피곤하고, 공허한 눈이었다.
“당신도 잘한 거 없어.”
그 말이 끝나자마자, 소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요. 그럼 법정에서 봐요.”
며칠 후, 법무법인 사무소. 담당 변호사는 고요한 회의실 안에서 서류를 넘기며 말했다.
“이혼은 민법 제840조에 따라 청구할 수 있어요. 중요한 건, 그걸 뒷받침할 증거가 있느냐는 거죠.”
“그 사람이 바람폈다고요. 차미진이랑.”
“확실한 증거는 있으세요?”
“카톡 캡처 몇 개랑요... 호텔 앞에서 찍은 사진도 있어요.”
한 변호사는 고개를 저었다.
“간접 정황은 충분하지만, 직접적인 ‘부정행위’로 보기엔 부족해요. 위자료 청구는 쉽지 않을 겁니다.”
소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결혼 생활 후 채무만 남은 상황이예요. 채무도... 나눌 수 있나요?"
변호사는 답했다.
"채무도 나눌수 있습니다. 해봅시다."
어떤 확답도 받을 수 없는 상황...마음은 산산조각이 났지만, 법은 그 조각을 헤아려주지 않았다.
6월, 이지훈은 반소를 제기했다.
그 역시 변호사를 찾아갔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 그는 변호사 한아름 앞에서 말했다.
“내가 부모님이랑 살아서 불편하다고 했던 거? 아니면, 내가 외출이 잦았던 거?”
한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했다.
“아내 쪽에서도 정서적 학대나 폭언이 있었다는 걸 입증할 수 있다면 충분히 반소가 가능합니다. 위자료 청구도 가능하고요.”
하지만 법정은 원고와 피고의 감정적인 주장은 듣지 않았다. 증거를 원했다.
2025년 3월 24일. 서울가정법원.
판사는 조용히 말했다.
“유소연, 이지훈. 두 사람의 혼인관계는 회복할 수 없을 만큼 파탄에 이르렀습니다. 이혼을 명합니다.”
소연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하지만… 부정행위에 대한 증거는 부족하므로 위자료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양측 모두 책임이 대등하다고 봅니다.”
배 변호사가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재산분할로는... 5000만 원. 지훈 씨에게 지급하셔야 해요.”
소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녀가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이혼을 청구한 당사자인 소연으로서는 충격적이지 않을수 없었다.
변호사에게 따질수도 없었다.
변호사는 당초 질 수도 있을것이란 말도 없었지만
모든 선택은 자신의 몫이었기에 책임을 타인에게 돌릴수도 없었다.
판결문 한 줄, 한 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혼인 파탄의 책임은 쌍방에 있으며, 그 정도도 대등하다.”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부정행위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소연은 깨달았다.
마음의 상처는 기록되지 않는다.
법정은 ‘사실’을 따지고, 감정은 ‘기억’으로 남는다.
이 소설은 실제 판결문과 법적 원칙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혼인 파탄의 원인이 쌍방에게 있다면, 위자료는 받기 어렵습니다. 특히 감정이 아닌 증거로 설득해야 하는 현실.
그러기에 이혼을 준비한다면 반드시 자신에게 어떤 이혼사유가 있는지 위자료 청구의 근거는 확실한지, 재산분할의 근거는 무엇인지 등 법률 전문가와의 상담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례적이긴 하지만 이혼을 청구한 쪽이 오히려 금전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사건만큼 도움이 되는것은 없습니다. 실제 사건을 토대로 구성한 이야기를 계속 연재하겠습니다. 도움이 되시길.
한아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