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시내를 걷다가 마주한 풍경들. 여행을 하면서 사진을 찍기엔 유명한 포토스팟 혹은 관광지가 제일 편리하다. 관광객, 현지인 등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여 사진을 남긴 장소는 일종의 보증수표와도 같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만족스러운 사진을 건지기 쉽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일상적인 장소에서 발견한 인상 깊은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는 걸 선호한다. 그리고 그러한 풍경은 유명한 장소보다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익숙한 공간이 지닌 환상성을 발굴해 내는 과정. 많은 사람들이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오고 가는 동네의 풍경도 후에 사진으로 다시 보면 다른 인상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위의 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이니셜 D에 나올법한 두 대의 스포츠카. 건물과 가로수. 가로등과 전신주. 사진의 한가운데를 차지하는 철제 계단. 자연물과 인공물이 교차하는 지점과 가로선과 세로선이 균형을 이룬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사진에 대해 큰 감흥이 들지 않았지만 사진을 구성하는 조화로운 요소들로 인해 사진을 여러 번 찾아서 들여다보게 되었다.
여행을 다녀오고 난 뒤에도 찍었던 사진이 아른거려 큰 사이즈로 인화를 맡겼다. 그리고 위의 사진은 현재 벽면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진을 보면 그날의 풍경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재현된다. 마치 옛날에 자주 듣던 노래를 오랜만에 들었을 때 과거의 기억이 함께 밀려오는 것처럼 말이다.그것이 바로 사진이 지닌 힘이라고 생각한다.
사진: 한 율
다른 각도에서 자동차를 바라보면 '도로가에 스포츠카가 주차되어 있구나' 정도로 하고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다. 그러나 눈길을 끄는 곳을 다시 들여다보면 첫 번째 사진처럼 자신의 시각이 공간을꿰뚫어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리고 이를 카메라 렌즈로 담아 표현하면 공간의 정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장소의 특징을 사진 안에 담을 수 있다. 이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발전시키다 보면 자신만의 특색이 담긴 개성 넘치는 사진을 기록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