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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율 Jan 18. 2024

옛날 사진 속에 담긴 풍경

사진: 코레아트 (한 율)


갯벌 위에 덩그러니 남겨진 외딴섬.


지금으로부터 거의 10여 년 전에 찍은 사진.


추운 겨울날 무채색의 공간 속에 담긴 바닷가 풍경.


겨울이라고 먼저 이야기하지 않아도


 사진 속 황량한 풍경은 이미 겨울 드러내고 있다.


사진: 한 율


사연을 담기 좋은 풍경


디카로 찍었던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사진.


실은 이 사진들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디지털카메라의 용량을 확보하기 위해


 날자별로 사진을 정리하다가 이 사진들을 발견하였다.


'어떤 이유로 이 사진들을 남겨두었을까?'


런 생각을 가지고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풍경이 지닌 흡입력이 느껴졌다.


한눈에 보았을 때 시선을 사로잡는 사진이 있는 반면,


 서서히 몰입감을 느껴지게 하는 사진이 존재한다.


위의 사진은 후자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풍경 안에 이야기를 담기 좋아 보인다.


그러한 포용력을 지닌 사진들이 있다.


여백 안에 기억의 잔상을 머물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코레아트 (한 율)


갯벌을 머금은 겨울 바닷가 풍경.


흐린 날씨와 옅게 낀 해무.


언뜻 보면 사진 찍기에 좋은 날씨는 아니었다.


탁 트인 날씨라면 먼 곳의 해안선까지 또렷하게 보였겠지만 


바다 위의 안개 때문에 섬의 윤곽만 어렴풋이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불완전함은 우리의  삶과 닮아있다.


불투명한 미래는 선명하게 보이지 않고


 과거의 기억 또한 망각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래서인지 아이러니하게도 완벽한 풍경보다는 


이러한 불완전한 풍경이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


한 번 각인되면 흐릿한 잔상이라도


 언젠가 한두 번쯤은 스쳐 지나가기 마련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까마득한 세월이 먼지처럼 쌓이면


 기억은 존재를 망각하게 만들지만 


우연한 계기로 다시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카메라의 사진들을 정리하며 다시 마주한 풍경처럼 말이다.


물이 빠지고 다시 차오르는 바다와 달리


계속해서 멀어져 가는 과거를 사진으로 다시 한번 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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