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새로운 해를 시작하는 첫 달, 신곡을 낼 채비를 마무리하고 있다. '새로운 노래를 낸다는 설렘'보다 '가진 곡의 소진'이라는 감정이 앞설 때가 종종 있다.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음악이라는 분야에 매달린 만큼, 새롭게 꺼낼 무언가가 고갈되었다고 느낀 적도 많았기 때문이다.
막막한 심정은 결국엔 마주해야 하는 현실과 맞닿았고, 마음속에서 감정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직면한 현재의 감정을 굳이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의 상태를 받아들이고 이를 음악으로 온전히 풀어내고 싶었다.
처음에는 날 것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별도의 후작업을 거치지 않은 데모의 형태로 이를 올렸으나, 공개 전에 검토를 해보니 아쉬움이 남았다. 가공을 하지 않은 날 것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의의를 둔다고 하여도 여과 없이 드러난 부분들이 눈에 계속 걸렸기 때문이다.
앨범 커버 사진을 찍으려 바닷가로 향한 날. 물이 빠지기 시작한 바닷가를 바라보니, 구름들 사이로 몇 줄기 햇빛이 떨어졌다. 바다 한복판 바위들을 비추는 햇살. 사람이 없는 고요한 공간에서 무언가 일어날 듯한 기운이 느껴졌다.
예상과 달리,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썰물시간대에 맞춰 천천히 바닥을 드러낸 갯벌이 점차 넓어질 뿐이었다. 고요한 풍경 속 요동치는 해일을 마음에 품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렇게 정한 노래의 제목은 'Haeil.' 2025년 1월 15일 시간의 물결 위에 올려둘 노래 한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