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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디지털카메라 안에 담긴 봄

by 한 율


산에 핀 하얀 벚꽃


비가 내리고 기온이 오르자, 조용히 저문 올해의 벚꽃. 벚꽃이 물고 피어나는 총천연색의 봄꽃. 여러 봄꽃이 피고 지며 점차 초록빛으로 변해가는 봄의 풍경.


각양각색의 다양한 봄꽃이 피고 지는 4월. 지나가는 의 순간들을 오래된 디지털카메라로 기록하였다. 이번 글에서는 카메라로 담은 봄풍경을 몇 개 소개한다.


아직 겨울이 가시지 않은 자리에 진달래가 꽃을 피우는 순간부터 꽃이 진 자리에 푸른빛 녹음이 차오르는 풍경까지 점차 초록빛으로 변화하는 봄의 순간을 살펴보자.



봄을 알리는 진달래


낙엽이 쌓여있는 풀숲, 구석진 자리에 핀 야생 진달래. 아직 겨울의 풍경이 남아있는 쌀쌀한 공간. 낙엽들 사이를 뚫고 꽃을 피워낸 작은 진달래.


소박한 야생화가 자아나는 정취를 좋아한다. 그래서 산이나 들판에 핀 작은 들꽃들을 보면 사진을 찍고 이름을 외워둔다. 작은 꽃들 마다 고유한 이름과 그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위치에 핀 작은 꽃들. 연약하게 보이는 식물들이 지닌 강인한 생명력에 때론 놀라기도 한다.



조팝나무, 조팝꽃


이름이 눈에 띄는 조팝꽃. 조팝나무 이름의 유래는 꽃이 만개한 모양이 좁쌀로 지은 밥인 '조밥'을 닮았다고 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꽃이름의 유래처럼 작은 흰색 꽃이 가지마다 빼곡하게 피어나 있다. 조팝나무는 한국, 대만, 중국 일부 지역에서 자라는 장미과의 낙엽관목으로, 주로 봄에 꽃을 피운다.


개화 준비를 하는 다른 꽃들 사이 먼저 꽃을 피운 작은 조팝꽃. 다양한 꽃들이 끊임없이 피는 봄의 과정을 나타내는 풍경사진이라고 생각한다.



수수한 야생 벚꽃


산 중턱에서 발견한 벚꽃. 봄을 알리는 꽃인 진달는 이미 벚꽃 나무 뒤에서 분홍빛 꽃을 만개하였다. 하얀 벚꽃에 초점을 고정하여 카메라의 셔터를 여러 번 눌렀다.


우리가 평소 떠올리는 벚꽃의 느낌보다 수수한 야생 벚꽃. 새하얀 꽃잎이 마치 눈꽃이 핀 느낌이 든다. 흐드러지게 만개한 벚꽃보다 화려하진 않아도 나름의 운치가 있다.


산속 야생 벚나무의 흰색 꽃잎 주변에 자라난 초록 잎사귀. 점차 초록빛으로 변할 자연의 풍경을 암시하는 것만 같다. 이번 봄은 좀 더디었지만 결국 사계의 순환에 맞춰 흐른다.



만개한 벚꽃과 초록 잎사귀


만개한 벚꽃. 꽃잎이 바람에 날려 우수수 떨어지기 직전, 벚꽃 나무에 초록 잎사귀가 싹 틀 무렵의 순간을 디지털카메라의 사진으로 담았다.

팝콘같이 오밀조밀 뭉쳐서 피어난 벚꽃들 사이 군데군데 돋아난 초록 잎사귀. 초록색 잎사귀가 벚꽃이 만개한 순간을 훼방 놓는 방해꾼처럼 이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은 벚꽃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벚꽃나무엔 푸른 잎이 무성해지고 있다. 점차 짙어지기 시작하는 녹음, 봄에서 여름으로 나아가는 초입인 4월에 서있다.



초록빛을 더해가는 숲


봄에 다양한 꽃들은 피고 진다. 그러는 과정을 거치며 주변의 삭막한 풍경은 점차 초록빛을 띠며 생기를 더한다. 그 자리엔 꽃향기가 은은하게 감기도 한다.


꽃이 진 자리에 피어나는 푸른 잎사귀. 산속 야생 벚나무가 피운 벚꽃과 꽃이 진 자리 돋아난 초록 잎사귀가 혼재된 풍경. 바람에 잎사귀가 흔들리며 사그락 소리를 낸다.


꽃향기가 풀내음으로 점차 바뀌어가며 숲의 초록빛은 더욱 짙어질 것이다. 숲의 빈 공간을 채우며 변화하는 자연의 풍경. 올해는 어떤 모습으로 초록빛을 더할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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