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아트, 나의 음악 이야기
음악 한 소절, 사진 한 장을 만들기까지 수십 번의 시도와 실패를 경험한다.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에선 자신과 끝이 보이지 않는 사투를 반복한다.
하지만 어렵게 만들어낸 결과물은 생각보다 너무도 쉽게 남의 것이 되어버린다. 그러한 순간을 마주할 때면 창작자로서의 자존감과 세상에 대한 믿음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2023년 12월, 도쿄 신주쿠 교엔에서 찍은 사진들을 글로 엮어 발행하였다. 여행지에서 느꼈던 감정을 녹인 의미 깊은 사진들이자, 당시의 추억이 깃든 특별한 작품이었다.
글을 올리고 몇 개월 시간이 지난 뒤, 카카오에서 신주쿠 교엔을 검색해 보았다. 검색 결과, 올렸던 사진들 중 여행지의 전경을 담은 사진 한 장이 최상단에 떠있었다. 기쁜 마음에 곧장 이미지를 클릭하였다.
그런데 내가 찍은 사진은 낯선 이의 블로그로 연결되었다. 블로그 글 속 사진에는 출처도 표기되지 않았다. 이러한 일을 염려하며 사진을 올릴 때 넣어둔 'Coreart'표기가 없었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그 이미지를 ‘그 블로그의 것’으로 인식했을 것이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나의 사진을 그 블로그의 소유로 믿고 있을 수도 있다. 이처럼 내가 공을 들여 담은 사진이 너무도 쉽게 빼앗길 수 있다는 현실 앞에 무력해졌다.
음악 작업을 하면서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비록 팔리지 않는 음악들을 만들더라도 정당한 권한을 확보하여 작업물을 만들고 있다. 다른 이가 만든 비트를 사용할 경우, 원저작권자에게 미리 허락을 받거나 그들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출처를 표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유튜브에 업로드할 때마다 자주 저작권 침해 경고를 받았다. 플랫폼의 자동 저작권 인식 시스템이 기존 음원과 유사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해당 음악과 전혀 관련 없는 제삼자의 악의적인 허위 신고 또는 같은 2차 저작권자의 지위임에도 클레임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저작권 침해 제기가 들어오면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영상임에도 신고자가 관련된 광고 수익을 취할 수 있게 바뀌기 때문이다.
스스로 직접 만든 음악임을 증명하기 위해 여러 번 소명 자료를 제출해야 했다. 정당한 절차를 준수하며 만든 음악을 스스로 만든 것임을 증명해야 하는 아이러니. 악의적인 신고의 경우, 증거를 모아 소명하여도 이를 수긍하지 않아 하마터면 멀쩡한 계정이 정지 및 삭제될 뻔하였다. 창작자가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고단한 것인지, 여러 차례의 저작권 분쟁을 겪으며 뼈저리게 느꼈다.
사진과 음악을 비롯한 창작물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 그 작품은 수많은 방식으로 변주된다. 때로는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얼굴로 살아간다. 누구는 그 변주를 창의적 영감이라 부르고, 다른 이는 그것을 저작권 침해라고 부른다.
문제는 그 경계는 생각보다 모호하다는 것이다. 내가 만든 것을 토대로 누군가가 이를 변형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을 때, 그건 어디까지 내 것일까? 스스로 만든 창작물이 시스템의 오판으로 우리의 것이 아니게 되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믿고 창작해야 할까?
기술은 점점 발전한다. AI는 기존 창작물을 학습해 유사 이미지를 쏟아내고, 플랫폼의 시스템은 창작자의 권리보다 데이터의 유사성에만 집착한다. 창작물에 대한 보호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저작권은 점점 더 쉽게 침해된다.
AI 기반 창작성 분석 시스템, 블록체인, 메타데이터 관리 등 다양한 첨단기술이 등장하는 중이다. 현재 서울대에서 개발 중인 ‘아트메트릭스’처럼 창작물의 변형도를 수치화해 저작권 분쟁을 줄이려는 시도도 존재한다.
현실에서 창작자들은 여전히 그들 스스로 신고와 소명, 증명이라는 지루하고 고단한 과정을 반복한다. 기술이 발전하였지만, 창작자의 권리를 온전히 보호해주지 못하는 저작권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창작자는 늘 자신의 창작물이 맞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창작의 과정과 그 안에 담긴 감정 및 경험은 숫자나 데이터로 온전히 증명할 수 없다.
내가 겪은 도용과 분쟁의 경험은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5년 한국저작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대 창작자의 75%가 유사한 침해를 경험했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1. 창작자 DNA 데이터뱅크
모든 창작물에 고유한 식별코드를 부여해, 작품의 이동과 변형을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자신이 만든 창작물이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창작자 본인이 스스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2. 플랫폼의 책임 강화
저작권 보호를 통한 건강한 창작 생태계 조성을 위해 대형 플랫폼은 저작권 분쟁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창작자가 자신의 권리를 쉽게 증명하고, 저작권을 침해당할 시 신속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3. 창작 윤리 교육의 일상화
학교와 사회에서 저작권과 창작 윤리에 대한 교육을 더욱 강화하여 건전한 저작권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이 사진은 누구의 것에서 시작되었는가’, ‘이 음악은 누구의 손끝에서 출발했는가’ 이러한 생각을 가지는 것 자체가 저작권 인식에 큰 영향을 준다.
나는 오늘도 사진을 찍고 글을 쓰며, 팔리지 않는 음악을 만든다. 나의 창작물이 다른 이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한다. 내가 바라는 건 거창한 제도 변화가 아니다. 내가 찍은 사진, 내가 만든 음악이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었다면, 그 시작점이 어디였는지 한 줄만 남겨줬으면 한다.
그 한 줄의 인정이, 창작자에게는 큰 힘이 된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을 때, 반드시 출처를 밝히고, 가능하다면 직접 연락을 한다. 이런 작은 예의와 소통이, 창작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방법이라고 믿는다.
창작은 어렵고 힘든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창작물에 대한 권리는 쉽게 침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 잊지 않았으면 한다. "창작은 권리의 경계에서 싹트지만, 그 열매는 모두를 위한 공유지에 맺혀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다음 창작을 시작할 때, 그 시작점이 잊히지 않기를 바란다.
이 글은 나의 사진이 무단 도용되어 카카오 검색어 상단에 노출된 실제 경험과, 정당하게 만든 음악들이 유튜브에서 저작권 분쟁에 휘말린 현실을 바탕으로 썼다. 창작자의 권리 및 윤리가 단단하게 보호받는 사회를 꿈꾸며, 오늘도 한 장의 사진과 한 곡의 음악에 나의 이름을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