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인트로: 팔리지 않는 음악을 하기로 마음먹다

팔리지 않을 나의 음악들을 위하여

by 한 율
팔리지 않을 나의 음악들을 위하여 앨범 커버, 코레아트

삶을 살아가면서 가장 많은 열정을 바친 음악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Coreart (코레아트)라는 이름을 쓴다. 종종 코레아트의 뜻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Core + art'를 합성한 'Coreart'를 발음하면 '코레아트' 마치 한국인 'Korea'를 연상시킨다. 내가 나고 자란 한국. 한국적인 색채를 담고 싶었다. 모름지기 예술을 한다고 하면 자신이 생각하는 중심적이고 주요한 예술을 자신의 작품으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이러한 의미들을 담은 'Coreart'를 이름으로 삼고 그 이름에 걸맞은 음악을 하고자 노력하였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참 좋아했다. 지금 와 뒤돌아보니,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느 순간에서도 음악에 대한 애정은 거의 변함이 없었다. 나에게 음악은 한결같았다. 그렇게 음악 자체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모으고 여러 가수 분들의 공연도 감상하게 되었다. 티브이에 나오는 유명한 가수들의 웅장한 콘서트부터 작은 공간을 그들만의 울림으로 채워나가는 인디 뮤지션의 공연까지 다양한 가수들의 공연을 보고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도 나의 음악을 만들 것이다.'라는 생각이 점차 싹을 틔우기 시작하였다. '음악 해야지!', '노래를 부를 거야', '가수가 될 거야!' 이러한 거창한 생각들 대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음악을 만들고자 시도하였다. 음악 만드는 법을 혼자 찾아보고 완벽한 장비를 갖추지 않은 채로 첫 녹음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노래를 만들기 위해 목소리가 빈 MR을 구해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이렇다 할 녹음장비가 없어서 MP3나 핸드폰의 녹음기를 틀고 목소리를 녹음한 뒤, 나중에 이를 MR, 효과음 샘플들과 끼워 맞춰 노래를 완성하였다. 가장 처음에 만들었던 곡은 MP3 녹음 기능을 사용해 만들었다. 귀에 이어폰을 끼고 비트를 들으며 MP3로 목소리만을 녹음하였다. 그리고 이를 다시 비트에 합쳐 곡을 만들었다. 당연히 대다수가 듣기에 버겁거나 조악한 수준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밤새며 완성한 우리들의 노래를 MP3에 담아 이어폰을 나눠 끼고 들었을 때의 기억과 그때의 희열감을 잊을 수 없다. 어쩌면 그때의 기억들이 희미한 불씨가 되어 지금까지도 지탱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표준국어대사전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16년 친구가 쓰던 작업실에서 곡이라 부를만한 첫 곡이 탄생하였다. 곡 이름은 '외로'였다. 당시 흔하게 쓰지 않으면서 뜻을 가진 단어를 찾다 보니 외로가 눈에 띄었다. 울리는 소리와 어감이 '외로운'을 연상하게 하면서 동시에 2번째 뜻인 '바르지 않고 한쪽으로 기울어지거나 뒤바뀌게'가 마음에 들었다. 결과론적으로 갖다 붙이기 나름이지만, 어쩌면 그 선택이 팔리지 않는 음악들을 내게 된 시작이었을 수도 있다.


Coreart - 외로


녹초가 된 밤 새벽 두시 반
어둠이 짙게 벤 동공의 초점은 흐려진 채
뱉는 낱말들은 어제와 같이 잠시
머릴 맴돌다 잊혀지겠지 뭐
돈 한 푼 안 되더라도 이 순간을 즐겨
허공에 늘어놓는 푸념 거멓게 덮어
텁텁해진 공기를 들이 숴 원 없이
휩쓸리면 잃어 흘려보낸 듯이 그럼
이 순간도 시간 속 묻히는 거름이 되겠지
어른이 된 지금까지 그저 어둡기에
꾸는 꿈은 얼지 않는 여울
현실은 겨울 뒤 겨울 눈에 밟히는 걸음
무뎌진 풍경은 어제와 같이 내일도
커튼처럼 두 눈앞에 걸려였지 몇 년째
누가 그러던데 인생은 걸작품이라고 평생
밑그림 위 덧칠하는 기분이 들어 곱씹어
여태껏 해온 건 정했을 뿐 내 한계를
내 안엔 늘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뒤척이듯 걷어차 보지만 다시 덮여

생각들을 감아 그때로
돌이킬 수 없기에 눈 감아 때론
외로 선 감정과 마주해 문밖의
풍경은 아직까지 눈 밖에 나있어
생각들을 감아 그때로
돌이킬 수 없기에 눈 감아 때론
외로 선 감정과 마주해 문밖의
풍경은 아직까지 눈 밖에 나있어



당시 가사에 많은 공을 들였다. 지금도 음악의 다양한 요소들 중 가사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쓴다. 가사를 쓸 때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곡에 진심을 담고 싶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이나 직간접적인 경험, 생각들을 축약해서 담고 그것을 나의 언어로 표현해 세상에 들려주는 것이 음악의 멋이자 맛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진심을 담은 곡들은 시간이 지나도 본연의 색이 벗겨지거나 녹슬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 마지막으로 나의 음악을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들어 보게 될 때에도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싶었다. 그래서 여러 번 가사를 갈아엎었다. 같은 문장을 여러 번 붙이고 쪼개며 어순을 뒤바꾸고 낱말을 교체하였다. 좀 더 나은 단어들을 고르고자 고심하였다. 시처럼 가사만으로도 의미와 메시지를 전하는데 초점을 기울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탄생한 외로. 외로는 의외로 주변 친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희망과 자신감이 충만했던 그때, '좋은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음악만으로도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라며 의기양양하게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짧은 시간 뒤에 예정된 성공이 있을 것이라며 김칫국을 한 사발 떠서 거나하게 들이켰다. 그러자 앞으로 나아갈 길이 어둠 속의 등대처럼 환한 빛을 밝히고 있는 듯 보였다. 기대감에 과도하게 취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때는 전혀 알지 못하였다. 나도 모르는 사이 팔리지 않는 음악들을 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