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에 걸린 시든 잎사귀가 바람에 실려 머리 위로 사뿐히 떨어진다. 생기를 잃은 푸석푸석한 나뭇잎. 회갈색 빛깔이 도는 잎은 밟으면 으스러질 것만 같이 퍼석하였다. 하늘을 가득 메웠던 여름철의 숲과 달리 겨울철 숲 속은 군데군데 구멍이 송송 나있다. 숲 안에서도 겨울 하늘과 주변의 풍경이 잘 보인다. 겨울 나목들을 보면 거대한 생선가시가 산 위에 듬성듬성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낙엽이 쌓인 땅. 한기가 벤 겨울바람. 구석진 응달에 쌓인 눈. 달큼하면서도 쌉싸름한 겨울 산 특유의 향기가 은은하게 감돈다. 북적거리는 도심에서 벗어나 조용히 정리하는 연말. 고요한 곳에서의 정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행위는 생각보다 많은 위안을 주곤 한다. 어느덧 나이를 먹었기 때문일까. 발걸음을 좀 더 천천히 옮기며 조용한 겨울 산과 닮아간다. 이따금씩 피어오르는 생각들이 말을 대신한다.
숲 속에서 들리는 부스럭거리는 소리. 대개 작은 새들이 나뭇가지나 낙엽 사이를 이동하다가 내는 소리이다. 겨울철에는 산에 있는 새들을 관찰하기가 쉽다. 산속에서 자주 보는 진회색의 박새. 호기심이 많은 박새는 나뭇가지에서 내려와 주위를 통통 뛰어다니며 맴돈다. 어린 시절 바닥에 튀기던 통통볼처럼 땅 위를 가볍게 점프하며 빠르게 이리저리 쏘다니는 작은 박새.
가볍게 이동하는 박새와 달리 얼음땡을 하듯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은 나. 박새를 가까이에서 보고자, 숨을 죽이고 가만히 있었다. 작은 새들을 관찰할 때는 마네킹이 된 것처럼 숨을 참고, 마네킹이 된 것처럼 움직임을 최소화하곤 한다. 그러나 경계심이 많은 새들은 눈을 마주치면 곧장 나무 위로 날아가버린다. 새처럼 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지만, 언젠가 기술이 발달하여 인간도 새와 대화할 수 있게 되면 삶이 참으로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크리스마스 성탄절에 올리는 글. 폭닥거리는 따뜻한 연말 풍경과 사뭇 다른 분위기에 잠겨 조용히 글을 마무리한다. 너무 가볍거나 무겁지 않은 마음을 유지하며 살아가고자 다짐한다. 그러나 생각하거나 마음먹은 대로만 살아갈 수는 없기에 이러한 마음가짐을 지키며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느낌표로 살아가도 세상은 이를 구부려 물음표로 바꾸는 마법을 부린다.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세상이다.
물론 정해진 정답은 없을 것이다. 그저 생각을 가두는 말들을 글자에 끼워 이리저리 풀어볼 뿐이다. 종 잡을 수 없는 마음의 실타래를 다시 감으며 깊어질 오늘 밤. 검은 허공 속으로 깊은 고민을 털어 넣다 보면 바람은 싸아- 소리를 내며 쏴한 겨울 냄새를 몰고 올 것이다. 저물어가는 한 해를 바라보며 마음 안의 작은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눈을 감고 조심스레 두 손을 모아 본다.
십일화.
2025년 12월 25일
한 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