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화. 스퍼트

by 한 율


막판 스퍼트


2025년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 글을 비롯한 음악, 사진 등의 창작활동에 막판 스퍼트를 내고 있다. 그동안 쌓아두고 묵혀왔던 작업물들을 모두 소진하고자, 바쁘게 움직이 중이다. 대회나 공모전 같은 부 활동에선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거기에서 만족하고 멈춰 서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악의 경우에는 멕시코에서 활동하는 가수와의 협업이 있었다. 예정했던 일자보다 딜레이가 되었지만, 마찬가지로 이를 내년으로 미루면 안 된다는 각이 들었다. 그래서 피치를 올려 달음박질을 하듯 창작의 결과물들을 쉴 새 없이 공개하고 있다.


물론 그에 대한 결과는 들인 시간과 노력에 항상 정비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만의 시기를 거쳐 창작의 불씨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에는 그저 꾸준히 이를 이어나가고자 노력할 뿐이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서 애매한 재능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고, 뛰어난 이들도 여러 가지 이유로 관련된 활동을 그만두었다. 그렇기에 이러한 행위를 지속해 나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아쉬웠기에 오랫동안 혼자 붙들고 있었던 것일까' 몇 년 동안 시간을 끌며 고민하던 것들도 막상 결과물을 내놓고 보면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무던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떠오르는 고민들은 눈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결정으로 다가가는 것을 가로막곤 한다. 그러한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제 풀에 지쳐 손을 아예 놓게 되기 마련이다.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삭제한 오래된 작업물들을 떠올린다. 앞으로는 그러한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손에 잡히는 것들을 마무리하고, 일단 세상에 내놓아 본다.


글 역시 마찬가지이다. 기존에 7개월 정도 연재를 하던 '풍경에 담긴 문장들'을 마무리 한 뒤, 시간이 흐르자, 글을 쓰고자 하는 의욕이 점차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쓰는 행위 자체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방으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문장들을 가다듬으며 지난 연재의 마침표를 찍었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런데 지금 무엇을 주저하고 망설이는가?' 고민하는 순간에도 시간은 흘러간다.



달음박질


무엇을 하기로 결정하였다면 목표를 향해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달려 나가는 것이 나중에 뒤돌아보면 스스로에게 더 큰 만족감을 선사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연재 중인 '외딴섬 안에 성 하나' 역시 말 그대로 그냥 쓰다 보니 어느덧 10화를 맞이하였다. 지난 연재와 달리 분량도 정하지 않은 채로 무작정 연재에 들어갔다. 물론 준비 없이 글을 써 내려갔기에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검색 노출을 고려하지 않고, 제목을 설정하였는데 나중에 통계치를 확인한 뒤,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유기성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시행착오는 글을 써 내려가면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처럼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을 글에 담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끝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실은 이번 회차를 끝으로 연재를 마무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하였다. 왜냐하면 포토에세이의 형식으로 평소 직접 찍은 사진을 엮어 글을 쓰는데 남은 사진이 앞으로 글을 이어나가기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냥 달리고 있다. 솔직히 이번 연재의 종착지에는 어떠한 풍경이 펼쳐질지 쉽사리 가늠이 되지 않는다. 위에서 말했듯이 글감으로 활용할만한 사진도 이미 거의 다 소진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계속 쓰고 있다. 숨이 차고 다리에 힘이 풀려 걸음을 옮기기 힘들었을 때 높은 언덕과 마주한 경험이 있다. 그 당시에 '저길 과연 넘어갈 수 있을까?' 스스로도 의문이 들었지만, 결국 그 언덕을 넘었다. 그에 대한 훈장으로 며칠 동안 근육통에 시달렸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하나의 교훈으로 남았다.



펼쳐진 길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뒤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은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썩 유쾌하지 않았던 기억도 시간이 흘러 미화되면 돌이켜보았을 때 자못 안정감을 준다. 그렇지만 눈앞에 펼쳐진 길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긴 여정이 우리의 앞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볼 수만은 없다.


여력이 닿는 한 앞으로 향하는 길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을 것이다. 복잡하게 고민할 필요 없이 그러한 생각이 맞는 것 같다는 직감이 들면 그대로 행하는 것이 실제로도 정답인 경우가 많았다. 살아가면서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은 일이 많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그럼에도 도전조차 하지 않으면 무엇 하나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외딴섬 안에 있는 성 하나'를 이루는 하나의 글이자, 그동안 작성한 수백 편의 글 중 하나가 된 이번 글. 글을 마무리 짓는 순간에도 제목인 '스퍼트'를 떠올리며 앞으로 계속 달려 나가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러한 동력의 원천은 외부가 아닌 바로 우리 자신에게 있다.


십화.

2025년 12월 18일

한 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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