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오는 삶의 풍파 앞에서, 파도타기

Coreart - 파도타기 음악 작업기

by 한 율
코레아트 파도타기 앨범 커버


Coreart (코레아트) - 파도타기 유튜브 링크


가사)


자랑스러운 우리 조국 대한민국


대한민국


벼랑 끝에 몰린 불안감 그래 밑바닥

긁어냈어 밑바탕 가시가 돋친 혓바닥

내 기분이 어떨 것 같냐고? 여기 느껴봐

행복은 쉽게 녹아 사라지고 없는 솜사탕

달콤한 기억은 잠깐 그걸로 평생 산단 착각

가시밭 위에서 망상 살을 파고드는 불안감

뼈저리게 느껴 진짜 영원한 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 뭘 믿고 살 텐가


서핑 파도 벽을 타고 격한 박동 심장박동

서핑 파도 벽을 타고 격한 박동 심장박동

벽을 타 안갯속에서 그 순간에 넌 너를 잃지만

안갯속에서 그 순간에도 너를 잃지 마


시간이 다 해결해 준 대 믿어? 거짓말?


지금까지 뜨고 있는 눈은 알고 있지 답

얼마 안 가 알고 있는 것조차 까먹지만

우린 모두 잊지만 그 순간에도 잇지 난

미련이 남아도 답을 내 이지선다

이미 엎질러진 물 어쩐다 해도

주워 담지 못한 시간은 흘러가지 계속


사진: 한 율(Coreart)


삶의 파도 속에서 만든 노래 '파도타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 예측할 수 없는 삶의 파도 속에서 만든 노래 '파도타기'. 넘실거리는 물결처럼 우리의 인생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우리는 그것을 쉽사리 종잡을 수 없다. 파도에 휩쓸려 갈피를 잃은 채로 떠밀려가는 기분. 그러한 감정을 곡 안에 담아 허심탄회하게 풀어보았다. 어쩌면 음악이 개인적인 소회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파도타기' 음악은 2024년 파리 올림픽 서핑 경기의 해설해서 영감을 받고, 작년 말부터 이를 음악으로 만들기 시작하였다.


출처: KBS


2024 파리올림픽 서핑 경기


흐린 날씨에서 진행된 파리올림픽 서핑 경기. 물살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고, 많은 선수들은 초조하게 파도를 기다리며 경기 시간을 보냈다. 결승전 경기를 지켜보다가, 송민 서핑 해설위원의 말 한마디가 마음에 와닿았다. "벽을 열면 문이 된다." 오랜 기다림 끝에 벽처럼 높은 파도를 만난 선수를 보며 나온 해설이었다. 결승전에서 미국의 캐롤라인 마크스 선수는 침착하게 파도를 가로지으며 기술을 이어갔고, 결국 우승을 거머줬다. 서핑 경기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벽을 열면 문이 된다.'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래서 이를 음악으로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한 율(Coreart)
사진: 한 율(Coreart)


어느 추운 겨울, 영종도 앞바다에서


인적이 드문 겨울날의 영종도. 복잡한 심경을 가진 채, 한산한 바닷가를 말없이 거닐던 날. 구름이 낀 하늘 사이로 내려오는 몇 줄기의 햇살. 세찬 바람소리만 감도는 한산한 겨울 바다 앞에서 마주한 풍경. 자연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지만 때론 수많은 말들 이상의 무언가를 우리에게 전해주곤 한다. 위의 풍경을 보고, 그러한 무언가를 느꼈고, 감정의 동요가 일어났다. 그래서 이러한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였다. 그 이후에도 그날의 풍경을 머릿속으로 되감으며 무언의 의미를 해석하려고 애썼다. 그러다 이러한 이미지를 예전에 보았던 올림픽 서핑 경기와 결합시켜 노래로 풀기 시작했다.


코레아트 파도타기 앨범 커버

코레아트 - 파도타기 음악 작업기


반복되는 인스의 루프 속에서 파도치는 감정을 가감 없이 직설적으로 써 내려갔다. 썰물 시간대 쩍쩍 갈라진 갯벌의 모습은 메마른 밑바닥을 나타내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물이 차오르고, 파도가 밀려들 것이다. 그러한 순간들을 마주할 때마다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인생에 몰아치는 파도를 피하고 살 수는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이와 함께 2002년 월드컵 축구 경기의 파도타기 응원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물결처럼 넘실거리며 함성으로 전국을 들썩거렸던 순간을 기억한다. 모두가 하나가 된듯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2002년 월드컵 응원가를 부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사운드 샘플을 추출해 노래의 인트로와 아웃트로에 이었다. 개인적인 감정을 다른 이와 연결할 구심점 역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노래의 제목인 파도타기와도 결부된 소리였다.


파도를 타는 사람들의 함성. 그에 이어지는 다른 양상의 파도타기. 처음에는 가다듬은 정제된 형태의 소리들을 트랙 위에 올렸다. 나중에 모니터링해 보았는데 소리가 뜨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기존에 진행하던 작업물을 모두 엎었다. 다시 녹음을 하면서 부서지고 둔탁한 질감의 소리들을 트랙 위에 채워나갔다. 러프한 날것의 사운드가 원래 표현하려고 했던 이미지와 더욱 부합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운드 이펙트의 사용을 최소화하여 곡 작업을 마무리하였다. 정돈되지 않은 미완의 노래 '파도타기'. 예고 없이 몰아치는 삶의 파도 앞에서 다시 파도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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