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1월 1일의 원

by 한 율

나는 원한다.


1.


"올라서지 마세요." 지방에서 서울로 기차를 타고 올라오던 날, 경사로에 걸려있던 금지 표지판의 문구. 지친 발걸음을 옮기며 지나가던 와중에 경사로가 눈에 들어왔다. 계단에서 캐리어, 큰 배낭과 같은 짐을 옮기는 용도로 설치된 경사로. '저걸 타고 올라가면 편하겠다.'는 생각이 문득 스쳤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를 금지하는 문구가 떡하니 걸려있었다. 이러한 상황이 웃겨서 그만 헛웃음이 피식하고 짧게 새어 나왔다.


그것을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동안 내가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살아왔는가? 솔직한 감정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냈다고 생각한 것도 곰곰이 생각하면 수차레의 필터링을 거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이미 지나간 일을 되새김질하며 다시 곱씹고 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브레이크가 걸린 것처럼 왜 그렇게 주저하였는가. 무언가가 목에 걸린 듯한 기분을 안고서 급히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책상 앞에 앉아, 그동안 써온 글을 다시 읽어보았다. 적지 않은 글이 공간에 쌓여있었다. 그러나 아직 적지 않은 생각은 기존의 글과 방향을 달리하였다. 글의 서두를 뗀 첫마디처럼 그저 원했다. 그 한마디가 글 전체를 대변하고 있다. 그래서 사진 한 장과 "나는 원한다."라는 하나의 문장으로 이번 글을 마치려고도 생각하였다. 그 뒤를 잇는 문장들은 장황한 부연설명이나 사족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1월 1일. 새해 첫날을 맞이하여 올리고자 구상했던 기존의 글을 모두 지운다. 대신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새로 쓴다. '고민은 되도록이면 짧게.' 바로 실행에 옮기며 써 내려가는 원. 올라서고 싶다. 둥근 원이라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올라설 것이다. 그것을 해내야만 한다. 그런 시기가 왔음을 스스로도 깨닫고 있다. 이러한 마음속의 솔직한 원. 원 없이 바라며 살아가기도 하지만, 글로 적어 의지를 다지는 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