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원

by 한 율


간절할수록 오히려 멀어지는 것


인생을 살면서 간절할수록 우리에게서 멀어져 가는 것들을 마주한다. 간절히 원하면 그 대상에 집착하게 돼서 그런 것일까? 무언가를 집착하다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대상 이외의 것들도 함께 두드러지곤 한다. 부풀어 오른 풍선들 사이에서 대상의 본질을 놓치면, 알맹이가 아닌 주변부를 겉돌기 마련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교적 쉽게 자각할 수 있다. 본인이 가진 이성적인 사고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이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가 가진 냉철한 사고는 꼭 필요한 순간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버릇이 있다.


멀어져 가는 것들을 놓지 않으려 아등바등 발버둥 치는 삶. 그것은 마치 늪지대와도 같다. 요원해지는 것을 좇아 앞으로 가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제자리에 머무는 기분. 그 기분은 말로 형용할 수가 없다.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것들은 종종 우리가 가진 의지와 에너지를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요원

'무엇이 문제였을까?' 시행착오 과정에서 자기 자신에게 의문이 들면 그 위로 무게를 헤아릴 수 없는 갖가지 물음들이 연달아 쌓인다. 알 것 같으면서도 명확히 짚이지 않는 것들이 산적하면 명확해 보였던 방향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갈피를 잃고, 맴도는 와중에도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그것은 이미 너무도 멀어진 것이 아닌지 자문한다. 고장 난 나침반을 움켜쥐고, 깊은 숲속을 헤매는 듯한 기분. 숲의 시간은 항상 도시보다 빠르게 흐른다. 짙은 어둠이 드리우는 숲의 한가운데서 쫓기듯 내달리지만, 그 발걸음이 맞는 방향으로 가는지 알 수 없다. 그것은 이미 너무도 멀어진 것이 아닌지 자문한다.


분명 그것을 원해서 달려든 것임에도 현실에 깎여나가다 보면 타협하고 싶은 순간들이 찾아온다. '충분히 할 만큼 하지 않았는가'하며 작금의 현실에 끼워 맞추기 좋은 변명들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마음이 흔들릴 때면 마음속에 품은 원은 신기루처럼 눈앞에서 아득하게 멀어진다.

이전 05화고원을 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