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 원 = 원

by 한 율



원(願) + 원(怨) = 원(圓)


수의 연산에서는 당연한 '1+1=2'. 그러나 감정의 영역에선 원과 원이 만나는 순간, '원 + 원 = 원'이 된다. 평면적이지 않은 원들이 만나 생성되는 새로운 원. 쉼 없이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마음속에 품고 사는 감정 또한 세상과 손을 잡고 빙글빙글 바삐 돌아간다. 뾰족하고 날카로운 감정들도 세상을 따라 돌고 돌면 어느 순간 둥근 원으로 변한다. 뾰족한 감정의 모서리에 올라서면 그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지만, 둥근 원을 따라 돌다 보면 자신이 지금 무슨 상태에 있는지 깨닫기 어려울 때가 많다.


서로 성질이 다르거나 상반된 감정이 만나면 같으면서도 다른 '이성질체'와 같은 무언가가 우리의 마음속에 잡기 시작한다. 주로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에 맞닥뜨리는 원이 그렇다. 간절하게 바랐던 원(願)이 원망의 원(怨)으로 바뀌는 순간, 조용히 잠자코 있던 응어리가 터지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분이 샘솟는다. 짧은 순간에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감정의 반응은 마치 활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뜨겁고 격렬하다. 서러움과 분노가 섞인 감정의 분출이 끝나고 난 뒤, 머지않아 다시 마음속에서 생겨날 원.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가 사멸한 뒤에 다시 생성되는 것처럼 인간의 내면에서도 형체가 없는 생성과 소멸이 반복된다.


그러한 반복의 과정을 거치며 도깨비불처럼 여러 개의 감정은 하나로 합쳐지거나 생성되었다가 돌연 그 자취를 감춘다. 마음속에서 형체가 없는 것이 생성되며 사라지는 광경은 오직 자기 자신만이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참으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지레짐작으로 추단하는 것은 나중에 더 큰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왜냐하면 심정에 우물을 파고 들어가 곰곰이 들여다볼수록 더욱 깊어진 바닥은 어둠 속에 가려져 자취를 감추기 때문이다.


추상적인 '원'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 내려갈 결심을 했던 충동적인 원 또한 마찬가지였다. 글을 쓰기 전에 또렷하게 떠오르는 감정을 이미지화하여 이를 움켜쥔 채로 글을 써 내려간다. 그런데 글을 쓰는 도중, 이를 다시 확인해 보면 처음에 떠올렸던 것과는 판이한 형상을 마주할 때가 많았다. 글을 수차례 지우고, 다시 썼지만 그럼에도 뚜렷한 해답을 구하지 못했다. 그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어쩌면 그것이 바로 우리 마음의 본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다가도 모를 우리의 감정은 지금, 이 순간에도 둥근 원처럼 계속해서 돌고 돈다. 종잡기 힘든 감정은 평면이 아닌 원이기에.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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