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무원(孤立無援)

by 한 율


孤立無援


孤立無援(고립무원): 고립되어 구원받을 데가 없음을 의미하는 사자성어. 적막한 산중에 떠 있는 초승달을 홀로 외로이 서서 바라본다. 빈 나뭇가지에 걸친 달의 모습. 달이 마치 눈을 반쯤 뜨고, 말없이 지면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봄은 이미 찾아왔지, 밤이 되면 쌀쌀한 기운이 주위를 감돈다. 고요한 산어귀에는 바람 소리만이 감돌뿐. 인적이 느껴지지 않는 조용한 밤. 마음속에 머금고 있던 글자들을 하나둘씩 꺼내어본다.



나는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고립된 곳에서 작아지는 마음속의 원. 제한된 환경 속에서 원하는 바는 점차 줄어들기 마련이다. 새벽 언저리 무렵, 밤을 둘러싼 어둠의 층위가 경계를 드러낸다. 들국화의 곡 '사랑한 후에'의 한 구절처럼 '나는 왜 여기 서있나' 하며 스스로 되뇌는 물음. 노래와 달리 별은 빛나지 않는 깊은 밤. 가리워진 별들처럼 어둠을 꿰뚫지 못하고, 그 속에 파묻혀버리고 마는 생각. 고립된 환경에서 짧아지는 생각처럼 문장과 글의 길이도 점차 짧아진다.



나의 원(願)

침묵이 길어지던 어느 날 밤,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달. 달 주위로 빛을 내는 작은 별들. 다시 상기하는 나의 원(願). 작은 원이 등대처럼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한다. 달 주위를 둘러싼 별들이 차츰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처럼 마음 한구석에서 어렴풋하게 잡히기 시작하는 바람들이 다시금 스친다. 산발적으로 떨어지는 가느다란 빗방울. 바람에 따라 휘날리는 얇은 빗줄기를 맞으며 한동안 검은 어둠 속을 내달린다. 나는 지금 원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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