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감정은, 흔들릴수록 선명해진다

by 카르페디엠

오랜만에 비가 그친 날이었다.
햇살은 흐릿했고, 바람은 부드러웠다.
평범한 오후였지만, 정은하의 마음은 이상하게 불안정했다.


그날 이후, 그녀는 매일 시우의 라이브를 들었다.
단 한 줄의 댓글도 빠뜨리지 않고 읽었고,
그가 커뮤니티에 올린 짧은 글조차… 몇 번이고 되새겼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 한편이 흔들렸다.


왜일까.
왜 이렇게 그 사람의 말과 눈빛에 쉽게 마음이 흔들릴까.

회사 카페에서 마주 앉은 채영은 은하를 유심히 바라봤다.
말없이 카페라떼를 저으며, 짧게 한마디를 던졌다.


“언니, 요즘 좀… 달라졌어요.”


은하는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들었다.

“내가?”
“응. 뭔가, 말은 그대로인데… 마음이 바쁘달까?”
“….”
“시우 님 방송, 계속 보죠?”


은하는 뜨거운 커피잔을 감싸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말해버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응. 듣고 있어.”
“댓글… 자주 달아요?”


그 질문에 은하는 잠시 말을 잊었다.
채영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웃었다.

“뭔가… 감정이 전해져요.
그 사람, 댓글 하나에도 감정이 진짜로 반응하거든요.”


은하는 그 말을 곱씹었다.
그 사람, 댓글 하나에도… 반응한다.

그날 저녁, 시우의 방송에 새로운 닉네임이 등장했다.

[달빛채영]
“오늘도 목소리에 기대어 갑니다.
매번 끝곡이… 마음을 톡 건드려요.”


시우는 익숙하지 않은 그 이름에 잠시 눈길을 멈췄다.
그리고 그 아래, 익숙한 이름.

[고래책방]
“노래 끝에 남는 여운이 오래 가요.
오늘도, 고맙습니다.”


시우는 그 댓글 두 개를 함께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 무렵, 시우의 스튜디오에 한 남성이 찾아왔다.
이름은 태진.
시우의 오랜 친구이자, 영상 편집과 콘텐츠 기획을 도와주는 파트너였다.

“시우야, 오늘도 고래책방 언급했네?”
“들켰어?”
“하하. 티 나. 완전 나.”


시우는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 사람, 뭔가 있어.
댓글이… 마음을 조용히 울려. 매번.”
“진짜 팬이야?”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어.”


태진은 아무 말 없이 시우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전보다 깊고 진지해졌다.
누군가를 향한 감정이 자라나는 얼굴이었다.

며칠 후, 우연처럼 은하는 북카페 행사에 동행하게 되었다.
출판사 협업 장소였지만, 방문은 자유였고
그날은 우연히… 시우가 게스트로 깜짝 등장하는 날이었다.


은하는 들어서자마자, 무대에 선 그를 보았다.


그는 여전히 차분한 말투로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

“오늘은요,
말은 하지 않아도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다는 걸
노래로 이야기해볼게요.”


그는 말했다.
노래는 시작되었다.


은하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왜인지, 그 한 마디가… 너무 정확하게 자신의 마음 같아서.

그날, 은하는 처음으로 시우의 눈을 오랫동안 바라봤다.
그는 관객을 바라보다가, 단 한 번
자신의 시선과 닿은 사람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은하는 느꼈다.


이제,
감정은 숨길 수 없을 만큼 흔들리고 있다고.
그 흔들림은… 그녀를, 그를, 더 선명하게 만들고 있었다.

월, 목 연재
이전 06화6장. 어떤 마음은 닿을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