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실시간 검색어 봤어요?”
출근길 엘리베이터 안.
채영이 휴대폰 화면을 들이밀었다.
거기에는 익숙한 이름이 떠 있었다.
#고래책방_정체
#하늘담은목소리_실시간_고백?
은하의 숨이 가늘게 멈췄다.
“아무리 봐도 팬들 반응이 심상치 않아요.
언니 진짜 아닌 거죠?”
은하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려 했지만
표정이 어색하게 얼어붙었다.
“아니야. 나 아냐. 진짜.”
거짓은 아니었지만,
진실도 아니었다.
서린의 영상은 며칠 사이
짧은 영상 편집본으로 재확산되었고,
‘고래책방=채영’이라는 댓글은
마치 어떤 정답처럼 퍼지고 있었다.
그 중심엔
‘시우와 눈을 자주 마주쳤다’는 근거,
‘감성 댓글이 닮았다’는 주장,
그리고…
‘서린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는 표정까지.
은하는 말없이
그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
그날 밤, 은하는
라이브 방송을 열지 않았다.
댓글도, 커뮤니티 글도 닫았다.
‘고래책방’이라는 이름이
더 이상 자신만의 방패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이름은
이제 누군가의 추측이고,
누군가의 소문이고,
누군가의 감상 대상이 되어 있었다.
한편, 시우는
자신의 채널을 조용히 훑어보며
한 줄 한 줄 댓글을 다시 읽었다.
그는 느꼈다.
요 며칠, 고래책방의 말투가
살짝 변했다는 것을.
조금 더 짧고,
조금 더 멀고,
조금 더… 방어적이었다.
“혹시, 지금 혼란스러우신가요.”
시우는 마이크를 끄기 직전,
카메라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
“당신이 편해질 때까지
그냥 저는 여기에 있을게요.
그러니까…
멀어져도 괜찮아요.”
그 말은 은하에게 닿지 않았지만,
그는 믿고 있었다.
그녀가 언젠가는
다시, 조용히 말 걸어줄 거라는 걸.
며칠 뒤, 은하는 우연히 하윤의 메시지를 받았다.
[하윤]
“언니, 혹시 고래책방… 언니 아니에요?”
“예전부터 느낌이 있었는데
그 글… 언니랑 너무 닮았어요.”
은하는 화면을 내려놓았다.
하윤마저 알아차렸다는 건,
이젠 도망칠 공간이 없다는 뜻이었다.
밤.
창밖은 조용했고,
은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제는,
말하지 않는 걸로도 지켜지지 않는 게 생겼다.”
그 말은
그녀 자신에게 향한 독백이자
작은, 아주 작은
이별의 예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