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을 쓰지 않은 지 일주일이 넘었다.
은하는 매일 시우의 방송을 켜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채팅창은 매일같이 스크롤했다.
‘오늘도 고래책방 없네.’
‘진짜 채영 언니 맞는 거 아냐?’
‘시우 님도 요즘 말수 줄었어…’
그 속에 은하의 이름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들이 말하는 고래책방이 자신이라는 걸,
그리고 시우가 조용히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괜찮아요. 말하지 않아도 돼요.
그냥, 무사히 잘 있으면 좋겠어요.”
그날 시우의 말은
은하의 심장을 천천히 조이듯 다가왔다.
“…그럼에도, 말하고 싶어요.”
은하는 밤 1시, 아무도 없는 노트에 글을 썼다.
그것은 처음으로 누군가를 향해 쓰는 글이었다.
“당신은 제가 가진 모든 단어 중에서
가장 조심스럽게 쓰이고 싶었던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더 말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말하면,
금방 끝날까봐.”
“하지만 지금은…
조금이라도, 닿고 싶어요.”
그녀는 처음으로 '고래책방'이라는 이름으로
댓글이 아닌, 이메일을 보냈다.
시우의 유튜브 채널 메일 주소.
공식적인 경로였고, 그만큼 멀게 느껴지는 통로였다.
하지만 그 거리가
지금 그녀가 꺼낼 수 있는
가장 진심에 가까운 거리였다.
한편, 시우는 그날
커뮤니티에 아무 글도 올리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그날의 소회나 가사 한 줄이라도 적었을 텐데,
그는 하루 종일 무언가를 망설이고 있었다.
—
“혹시 그 사람이,
지금도 내 노래를 듣고 있을까.”
“내가 아닌… 내 음악만 남는다면,
그 사람에게 난 어떤 존재가 될까.”
—
그런 마음으로 라이브 방송을 켰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았고,
노래도 전보다 한 곡 적었다.
그리고 마지막 곡을 부르기 전,
그는 조용히 말했다.
“혹시, 이 노래를 들으며
다시 말하고 싶어진다면…
그건 분명 당신이 여전히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거예요.”
며칠 뒤.
시우는 메일함을 열고
처음 보는 닉네임을 발견했다.
고래책방.
그는 조용히 화면을 내려 읽었다.
글은 길지 않았지만,
모든 문장이 떨리고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그 사람이 어떤 문장으로 세상을 보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도 한 줄을 꺼내기로 했다.
그는 그녀에게 답장을 보냈다.
“당신의 말은,
마치 오래된 악보 속에서
조용히 숨 쉬는 음 같았어요.”
“말해줘서 고마워요.
이름이 아니어도, 마음은 들렸어요.”
—
그리고, 그날 밤.
은하는 오랜만에
시우의 방송 알림을 클릭했다.
댓글창은 여전히 분주했지만,
그녀는 말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듣고,
미소 지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서로가 서로를 ‘다시’ 향해
걸어가기 시작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