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가까워진 만큼, 흔들리는 순간

by 카르페디엠

“은하 씨, 오늘 촬영 동행 가능해요?”


편집장에게 갑작스럽게 온 부탁이었다.
북카페에서 인터뷰 촬영이 있다며
출판사 담당 에디터가 함께 가주면 좋겠다는 이야기.

은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막상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북카페.
그 장소는, 그날 시우를 처음 마주쳤던 공간이기도 했다.


그 날 이후,
그를 실제로 다시 만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매일 그의 음악을 들었고,
그의 글을 읽었고,
그의 목소리를 기억했다.


마치…
마주하지 않아도 옆에 있는 것처럼.

그런데 막상,
그 사람이 있는 현실로 다가갈 생각을 하니
온몸이 조용히 떨렸다.




그날 오후,
은하는 촬영 장소로 향했다.


북카페는 여전히 따뜻한 조명과 커피향으로 가득했고,
의자에 앉은 출연자는 그녀가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


다행히도.

그런데 벽면 모니터에는
익숙한 인물의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시우의 뮤직비디오였다.


그 순간,
은하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괜찮으세요?”
동행한 촬영 감독이 묻자,
그녀는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 그냥, 음악이 좀 익숙해서요.”

그날 밤.

은하는 다시 시우의 방송을 열었다.
이제는 매일 출석처럼 들어가는 것이 익숙해졌지만,
왠지 모르게 그날은… 낯설었다.


시우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용했고,
중간중간 멈추는 호흡이 더 길었다.

“요즘은요,
가까워질수록 더 겁이 날 때가 있어요.
그 사람을 더 알고 싶어지는데,
막상 다가가면… 사라질까 봐.”


은하는 화면을 응시했다.
그 말은, 지금 자신의 마음 같았다.


가까워졌는데,
그래서 더 무서워졌다.


‘그 사람의 현실’에 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누가 먼저 알아차릴까봐.




며칠 후,
시우는 자신의 영상 편집자 태진과 함께
작업실 정리를 하다 고개를 들었다.

“태진아,
혹시 우리 메일 기록 중에
고래책방님, 위치 지역 정보 같은 거 있어?”
“있긴 한데… 왜?”
“그냥…
어딘가에서,
그 사람이 내 노래 듣는 풍경이 궁금해졌어.”
“찾을 거야?”
“…찾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게,
벌써 마음이 움직였다는 증거 아닐까.”

그날 밤,
은하는 또다시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시우의 새 커뮤니티 글이 떠 있었다.

“누군가를 향해 걸어가고 싶어졌어요.
그 사람이 멈춰 있어도,
내가 다가가도 괜찮을까요.”


그 글을 읽은 순간,
은하는 눈을 감았다.


가슴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쿵’ 하고 울렸다.


가까워졌기 때문에,
더 불안해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닿고 싶어졌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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