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진심은, 천천히 엇갈린다

by 카르페디엠

시우는 그날 방송을 끝낸 뒤에도
한참이나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많은 닉네임들, 웃는 이모티콘과 하트가 가득한 채팅창 속에서
그는 딱 한 줄만 다시 읽었다.


“그냥… 조용히 있었어요.
그래도 계속, 잘 듣고 있었어요.”


고래책방.
그 짧은 문장 하나가
시우의 마음을 하루 종일 흔들었다.

그 문장은 조용했고,
서툴렀고,
그래서 더 진심이었다.

그는 그 조심스러운 ‘복귀’를
마치 봄의 첫 햇살처럼 받아들였다.

그날 이후, 은하는 다시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짧게, 조용하게.

“오늘 곡… 책 한 페이지 같았어요.”
“여운이 길어요. 덕분에 잘 자요.”


댓글 하나를 쓰고 ‘전송’ 버튼을 누를 때마다
그녀는 스스로를 살짝 내어주는 기분이었다.


조금씩,
서서히,
마음을 꺼내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시우는 그 마음을
그 누구보다 섬세하게 읽어냈다.




하지만,
어디선가 미세한 파장이 일고 있었다.


서린의 브이로그는 며칠 새 수십만 조회수를 찍고 있었다.
그 안에서 ‘고래책방’이라는 이름은
하나의 추측 놀이처럼 소비되고 있었다.


“혹시 채영이 고래책방 아님?”
“언니 목소리 감성 그 자체인데?”
“시우 님 눈빛 자주 닿는 거 보셨어요?”


그 댓글 아래,
채영이 ‘좋아요’를 누른 흔적이 보였다.




그리고,
그 사실을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은하였다.

어떤 우연이었을까.
그날따라 그녀는
서린의 영상에 눌린 채영의 ID를 우연히 보게 됐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그 순간,
마음이 시렸다.

채영은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다.
누구보다 신뢰했던 동생 같던 후배였다.

하지만…
혹시 그녀도,
그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던 걸까?




그날 밤,
은하는 시우의 라이브 방송을 열지 않았다.

들어가고 싶었지만,
화면 너머의 수많은 말들이
오늘따라 너무 가깝고,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그는 여전히,
익숙하게 말하고 있었을 것이다.

고래책방, 오늘도 와주셔서 고마워요—
그 말이 들릴까봐,
그리고 그 말이
어쩌면 이제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향해 있는 건 아닐까봐
은하는 겁이 났다.




시우는 방송이 끝난 뒤
댓글창을 스크롤하며
무심코 중얼거렸다.

“…오늘은 안 왔네.”


그날은 유난히
그 한 줄이, 없었다.

그 조용한 이름 하나 없을 뿐인데,
시우는 한동안 피아노 앞에 앉지 못했다.




그날 밤,
각자의 공간에서 두 사람은 동시에 같은 문장을 적고 있었다.

“혹시…
내가 조금 늦은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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