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나를 진화생물학에 관심을 가지게 해 준 사람은 리처드 도킨스다. 칼 세이건은 도킨스의 선배쯤 되는 사람이다. 실제 관계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느낀다. 도킨스의 책은 대부분 읽었다. '이기적 유전자'부터 최근 '내 인생의 책들'까지 절판된 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읽은 것 같다. 그러나 칼 세이건은 아니다. 내가 칼 세이건과 창백한 푸른 점(지구)에서 함께 산 시간은 15년 정도 되지만, 칼 세이건의 존재를 그가 죽고 나서야 알았다. 그래서 출판된 책도 많이 없는 줄 알았다.(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이라는 책을 알게 되고 나서 정말 반가웠다. 세이건의 생각을 좀 더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세이건과는 코스모스로 처음 만나서, 창백한 푸른 점, 에덴의 용 등과 함께 했다. 이 책의 뒷부분에 칼 세이건의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렇게나 많은지 몰랐다.
이 책을 읽는데 2~3달 걸린 것 같다. 나는 보통 책을 2~3권 정도 같은 시기에 읽는다. 수학 관련, 과학 관련, 인문학 관련 책을 같이 읽는 편이다. 평균 하루에 1시간 내외로 책을 읽는다. 이때 1시간 동안 같은 분야만 읽으면 조금 지겨울 때도 있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서는 어려운 내용이 나오는 경우 머리를 식히기 위해 다른 책을 읽기도 한다. 그래서 칼 세이건의 책과 같은 깊이 있는 책과 다른 책을 같이 읽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도킨스는 종교와의 전쟁을 감행할 만큼 파격적으로 과학의 위대함을 이야기한다면, 세이건은 부드럽게 다스린다. 도킨스와 세이건 중에서 누가 진짜 무서운(과학에 대해서) 사람인지는 모르겠다. 비과학적인 사람을 누가 더 잘 설득할까?
세이건의 책을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지구인으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다.
이 책에서 말하는 악령은 비과학적인 것이다. 그것은 미신, 점성술, 종교도 포함된다. 요즘 유행하는 MBTI도 유사과학으로 분류가 되니 해당이 될 수 있다.
물론 위와 같은 비과학이나 유사과학이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때로는 마음의 위안을 주며, 술자리에서 즐거운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 정도로 한다면 충분하다. 그러나 비과학이나 유사과학을 너무 믿어서 자기의 생활이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면 문제가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이 과학이다.
미신과 유사과학은 쉬운 답변을 제공함으로써 문제 해결을 방해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접촉사고가 난 경우, 어제 빨간펜으로 이름을 썼다거나, 종교행사에 나오지 않고 기도를 하지 않아서 사고가 났다고 생각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앞으로 빨간펜으로 이름을 쓰지 않고, 종교행사에도 열심히 참여하면 된다. 그러나 진정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운전 부주의 또는 자동차에 문제가 있어서 사고가 난 경우 본연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때 미신이나 종교적 믿음이 일시적으로 효과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한다. 사고는 연속해서 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1년에 1번 날까 말까이다. 그리고 만약 사고가 또 발생한다면 기도가 약해서라고 생각해 버리면 그만이다.
유사 과학이나 종교는 단순히 바라는 것만으로도 갈망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고된 노력을 해야 하고 행운이 뒤따라야 한다. 기도만 하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게으른 사람들이 속을만하다.
유사 과학은 틀린 과학과 다르다. 과학은 오류를 바탕으로 발전하며 언제나 반박할 수 있다. 과학은 그렇게 발전한다. 그러나 유사 과학은 증명할 수가 없다. '맞고 틀리고'가 없기 때문에 우기면 된다. 유사과학이 무서운 이유이다.
이 책에서 기억하고 싶은 문구는 다음과 같다.
인간의 오류 가능성을 끝끝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오류는 영원이 따라다닐 것이다.
과학의 세계에서 가치 있는 것은 다양성과 논쟁이다.
자료도 없는데 이론화하는 것은 실수이다. 이론에 맞추어 사실을 왜곡하게 된다.
지식에 관한 한, 모든 주장이 같은 무게를 가지지는 않는다.
사람은 진실이었으면 한다고 바라는 것을 더 강하게 믿는다.
거짓말하는 습관은 다른 악을 위한 기초 작업이다.
확신에 찬 주장을 만나게 된다면 헛소리 탐지기를 준비하라.
텔레파시로 주고받는 것은 생각이나 사고가 아니라 느낌이나 감정이다.
양자 역학을 이해할 수 없어도 검증은 할 수 있다.
단언하는 사람들은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거의 무지한 사람들이다. - 찰스다윈
성서는 도덕적인 관점에서 볼 때 모순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유사 과학과 미신이 가진 인간적 뿌리를 인정하고 공감을 표하며 접근한다면 회의주의는 더욱 폭넓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의심할 줄 아는 정신과 경이를 느낄 줄 아는 감성 – 공교육의 주욕 목적이 되기를
어떻게 배우는지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에게 금방 손에 넣을 수 있는 만족만을 가르치는 것도 문제다. 과학의 방법을 견디지 못하고 성급하게 과학의 성과들만을 찾으려고 한다. 경이로움을 느낄 줄 아는 감성에 불꽃을 당겨 주는 것만으로도 성공- 쓸데없는 질문은 없다
인간은 무작위적인 난수에서도 의미를 찾는 동물이다.
정말 좋은 문구가 많았다. 그러나 칼 세이건의 과학 찬양과 함께 비과학에서도 좋은 점을 찾는 따뜻함을 오래 남기고 싶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인정부터 해야 하는 것이다.